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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사설] 대통령의 시정연설 관례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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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3년 10월31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2024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후 본회의장을 나설 때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손피켓을 드는 장면.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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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정책 설명은 국민에 대한 기본 책무





야당도 선 넘는 행동 때는 여론 역풍 맞을 것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4일로 예정된 2025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施政)연설을 직접 하지 않고 한덕수 총리에게 대독을 맡길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최근 시정연설에 대해 “현재로선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는데, 뉘앙스를 감안하면 총리 대독을 적극 검토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정연설은 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 대통령이 국회에 나와 국민과 여야 의원들에게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처리의 협조를 요청하는 정치 행위다. 과거엔 취임 첫해만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서 연설하고 이듬해부턴 총리 대독으로 넘어가곤 했다. 노태우·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경우다. 심지어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 번도 시정연설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의 수장은 대통령인데 시정연설을 총리에게 맡기는 것은 국회를 경시하는 행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여론을 수용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시정연설을 직접 한 것을 시작으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관례가 11년째 이어져 왔다.

그렇기에 윤 대통령이 다음 주 시정연설을 총리에게 맡긴다면 한국의 정치문화를 다시 후퇴시키는 결정이 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대통령이 677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직접 설명하는 건 국민에 대한 기본 책무이자 예의다. 국회를 존중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꺼린다면 아마 야당의 거친 언행이 불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설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고, 대통령이 지나가자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연설을 들었으며,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자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한 의원도 있었다. 올해는 야당이 탄핵까지 거론하는 상황이어서 작년보다 훨씬 심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대통령의 시정연설 관례는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야당 의원들이 면전에서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더라도 대통령으로서 감내해야 할 숙명으로 생각하고 담대하게 대처하면 될 뿐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다 국회에서 이런저런 수모를 겪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 개원식에 불참해 1987년 개헌 이후 개원식에 불참한 첫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이번 시정연설까지 피해간다면 대통령의 리더십이 적잖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야당에도 당부한다.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공격할 수는 있어도 공식 행사에서 국가 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는 지켜야 옳다. 한국의 헌정 체제가 유지되려면 대통령 개인을 넘어선 대통령직 자체에 대한 존중이 필수적이다.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에게 선을 넘는 행동을 한다면 고스란히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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