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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강주안의 시시각각] 윤 대통령이 가르쳐 준 체포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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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강주안 논설위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법원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나 윤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계엄 사태 직후만 해도 연일 담화문을 내며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은 20일째 두문불출이다.

삼엄한 경호 속에 관저에서 버티는 대통령에게 체포영장 집행이 가능할까. 청와대 경호 근무와 피의자 체포 경험이 많은 수사 전문가들은 충분히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방법은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과 계엄군의 언행에 드러난 작전 내용과 흡사하다.



영장 발부돼도 관저에서 안 나와

전문가 “계엄 내용에 체포법 담겨”

무모한 저항은 부하 희생 키울 뿐

검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지시했다. 경찰 수사관들은 체포영장을 집행할 때 실제로 이 정도 인력을 투입한다. 전직 경찰 간부는 “한 명을 체포할 때 최소 3명이 나가며, 5명이 있으면 넉넉하다”고 말한다. 아무리 난폭한 대상자라도 수사관 5명이면 바로 수갑을 채운다고 한다.

대통령실 경호원들이 물리력으로 법 집행에 맞설 경우 한 사람당 다섯 명의 수사관을 붙이면 제압된다는 얘기다. 대통령에게 경호원이 있다면,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 경위의 경호를 받는다. 윤 대통령이 제시한 4명은 경호를 뚫고 체포를 실행하는 적정 인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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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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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봉쇄한 문을 돌파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군사령관들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끌어내라”는 지시와 “문짝을 도끼로 부수라”는 명령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계엄군의 체포용 도구도 공개했다. 정보사령부 소속 체포조는 야구방망이·망치·송곳·케이블타이·복면을 들고 갔다. 선관위 직원 체포에 왜 이런 도구가 필요한지는 계엄 지휘부만 안다.

적정 인력을 투입하면 대통령실 경호원의 방어막을 뚫는 건 가능하지만, 문제는 충돌 가능성이다. 윤 대통령 관저 주변에 모여든 지지자들의 안전도 염려된다.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대통령 관저는 경호 때문에 시위대가 완전히 둘러싸진 못해 수사관 진입은 얼마든 가능하다”며 “문제는 공무원인 경호원들이 영장 집행을 막을 경우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이라고 우려한다.

청와대 경호 업무를 오래한 전직 경찰 고위 간부는 수사진과 경호원의 충돌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경호원들이 체포에 나선 수사진과 충돌하는 끔찍한 일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며 “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수사에 응해 죄 없는 경호원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선 박종준 경호처장의 현명한 처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경찰대 2기인 박 처장은 경찰 재직 중 합리적이고 온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차대한 시기에 잘못된 판단으로 자신과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켜선 안 된다. 이번 비상계엄이 유혈 사태로 퍼지지 않은 이유는 계엄 동원 부대의 군인들이 슬기로운 판단으로 물리력 행사를 자제한 덕분이다. 그랬기에 국회 진입 군인은 죄가 없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번 사태로 많은 군경 간부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울 증세를 호소하는 배우자도 있다. 내란 혐의로 중형이 우려될 뿐만 아니라 가족마저 관사에서 쫓겨나는 사태를 염려한다. 평생을 국가에 헌신한 공로로 받는 연금도 날아갈 위기다. 수사 대상에 오른 군 장성의 변론을 맡은 박상융 변호사는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군인의 숙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하들은 줄줄이 구속되는데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 대통령은 소환 요구도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자신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건물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부터 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말을 노렸을 것이란 얘기도 했다. 자신의 불순한 구상들이 자신을 옭아매는 비극을 피하려면 관저에서 스스로 걸어 나와야 한다. 얼마나 더 많은 공무원의 삶을 파탄낼 작정인가.

강주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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