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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단독] 산재 터진 삼성전자, ‘절차 부실’ 탓인데 ‘노동자 부주의’로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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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왼쪽). 삼성전자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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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화학물질에 노출돼 발생한 산업재해를 고용노동부에 축소 보고한 정황이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재해사고 원인을 내부적으론 작업절차 부실로 판단하고서도, 노동부에는 ‘작업자 부주의’로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사고를 당한 직원 ㄱ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고는 지난 6월5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중앙 화학물질 공급장치’(CCSS)의 유휴설비 철거과정에서 일어났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배관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배관에 남아있던 액체가 ㄱ씨의 얼굴과 목에 튀었다. 철거작업 전 배관에 남아있는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물을 흘려보내는 ‘중성화’ 작업을 거쳤지만, 중성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물질이 튀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ㄱ씨는 전치 3주의 화학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복기회의’에서 “중성화 재인증에 대한 인식 부족.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과정에서 유체가 비산하여 접촉”을 사고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6월20일 노동부 경기지청에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면서, 재해 경위로는 ‘설비 철거 작업 감독 중 중성화 완료된 배관내 응축수 접촉’을, 원인으로는 ‘철거작업자 부주의’라고 적었다. 사고의 근본 원인인 ‘중성화 부족’을 빼놓은 채 ‘중성화 완료’라고 표현하고, ‘작업자 부주의’로 책임을 돌린 것이다. ㄱ씨는 “‘응축수’라고만 표현하면 화상이 열에 의한 것인지 화학물질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려워 회사의 잘못이 없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7월 초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에게 보고된 사고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은 노동부에 보고 내용과는 달랐다. 삼성전자 ‘환경안전혁신회의’는 작업 전 중성화 검증 부족 등을 사고 원인으로 판단하고, ‘완벽한 중성화’와 ‘철거작업 절차 보완’을 대책으로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원인을 ‘부실한 작업절차’라고 판단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산재 축소보고 정황은 ㄱ씨가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회사가 노동부 등에 낸 문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ㄱ씨는 “회사가 (지난 5월 발생한) 방사선 피폭사고를 ‘질병’이라고 주장한 것을 보고, 나의 산재에 대해선 노동부에 어떤 의견을 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화학사고 신고도 하지 않았다가, ㄱ씨가 지적한 이후인 지난 8일에서야 한강유역환경청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ㄱ씨는 재해조사표 내용을 바로잡아달라고 지난달부터 회사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에 문제제기를 하니, ‘뒤늦게 문제삼는다’고 관리자들이 나를 추궁했다”며 “이로 인해 공황장애 증세가 재발해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문제 해결보다 책임회피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이같은 자세는 노동자와의 신뢰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사고예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고를 축소보고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재해조사표 내용 수정은 현재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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