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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화)

이슈 세계 속의 북한

북한군 실전 투입 초읽기?···우크라 “러, 북한군 최전선 수송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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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정보총국 “민간 트럭으로 북한군 이동 중”

WSJ “앳된 최전선 북한군, ‘총알받이’ 병력일 수도”

러시아 “서방이 장거리 무기 허용하면 다양한 대응”

경향신문

러시아에서 보급품을 지급받고 있는 북한 군인들의 모습이라며 우크라이나가 공개한 영상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북한 군인들이 연해주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에서 러시아군 장비를 수령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우크라이나군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 X 계정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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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파병 온 북한군 병사들을 민간 트럭에 실어 최전선으로 보내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주장했다.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은 이날 러시아 장교들의 통신 감청 자료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정보총국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경찰은 쿠르스크-보로네시 고속도로에서 민간 번호판을 단 카마즈 트럭을 멈춰 세웠다. 트럭에는 북한군 병사들이 탄 것으로 알려졌지만 운전자는 전투 명령에 관한 문서를 갖고 있지 않았다.

정보총국이 감청한 오디오 파일에는 러시아 제810해병여단 장교들이 무선 통신으로 경찰이 정차시킨 트럭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운전자가 적절한 서류를 갖추지 못한 이유 등을 논의하는 러시아 장교들 대화도 담겼다. 이 부대는 트럭을 통해 북한군을 지원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달 27~28일 북한군이 전투 지역에 투입될 것이라고 발표한 내용과 이번 정보총국의 보고 내용이 일치한다고 전했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초 국경을 넘어 진입해 일부 영토를 점령하고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격전지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도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화상 연설에서 “북한군이 며칠 안에 전장에 가세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곧 유럽에서 북한 군대와 싸워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전선에 배치될 북한군 규모와 역량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이들은 아직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어떤 역할을 맡을지도 불분명하다는 예상이 다수다.

한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이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 소속 병력 등 총 1만~1만2000여명을 러시아에 파병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미국은 일단 약 3000명의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는 중으로 추정하며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전선인 쿠르스크 지역에는 28일까지 최대 5000명이 집결할 것이란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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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북한의 ‘건군절’ 기념 열병식에서 모습을 드러낸 북한의 특수부대원들. 조선중앙TV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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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스크에 모인 11군단은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최정예 특수부대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의 전투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쿠르스크에 집결한 북한 군인들은 10대이거나 20대 초반의 징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로 추정된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가장 뛰어난 군인들은 아닐 수 있다”고 평가했다.

WSJ은 북한 특수부대 훈련은 주로 산악 지형인 남한에 침투해 암살, 기반시설 파괴 등을 수행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넓은 평야에서 참호전 양상으로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거리가 멀다고도 짚었다. 그러면서 “앳된 얼굴의 북한 군인들은 북한 밖으로 나와본 적이 한 번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선발대로 전투력이 약한 이른바 ‘총알받이’ 병력을 보내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내외, 특히 러시아 정부의 반응을 살피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퍼시픽포럼의 연구원 제임스 JB 박은 김 위원장이 처음엔 상대적으로 쉽게 쓸 수 있는 ‘소모용’ 병력을 보내 국내외 반응을 살피길 원할 수 있다며 “이들은 후에 더 숙련된 군인들을 위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만약 북한군이 최전선에 투입된다면 러시아 군인들이 매우 위험한 ‘궤멸 지역’으로 여기는 살상 가능 지역에 투입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전선의 러시아군은 종종 무작정 교전에 투입되기도 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정찰병이나 공격 무인기(드론)에 사살된다. WSJ은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파병된 북한군이 전장 전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교전 지역에 투입할 수 있는 병력 규모를 더해줘 러시아 정부의 모병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대응 논의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나토 동맹국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을 허용한다면 러시아도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TV와 인터뷰에서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영토에 대한 장거리 타격 가능성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으며, 다양한 대응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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