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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이슈 미술의 세계

강동원 “첫 등장신 감정 쏟아부었다”…새얼굴 보여준 ‘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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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배우 강동원. /AA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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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발이 된 머리카락 사이로 빛나는 형형한 눈, 춤을 추듯 유려한 검술 액션까지. 배우 강동원이 푸른색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10년 만에 사극으로 관객을 만났다. 전세계 190개국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전, 란’을 통해서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인 종려(박정민)와 몸종인 천영(강동원)의 우정과 갈등을 그렸다. 천영과 종려는 전란을 겪은 뒤,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돼 다시 만난다.

이 작품은 강동원에게 여러 번의 ‘처음’을 안겨줬다. 처음 도전한 OTT 오리지널 영화인데다, 데뷔 후 처음 맡은 천민 역할이었다. 여러 나이대의 ‘천영’을 연기하며 처음으로 얼굴에 수염도 붙였다. 한복을 입고 검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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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 란' 속 한 장면.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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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 역에 강동원을 ‘픽’한 건 이 영화의 제작자인 박찬욱 감독이다. 2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박 감독님에게 시나리오를 받고 화상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 감독님이 ‘김상만 감독은 내가 보장한다. 영화를 잘 찍는 사람이고, 천재라고 생각한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믿고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전, 란’ 연출을 맡은 김 감독은 미술감독 출신으로, 박 감독과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이번 영화 곳곳에서도 그의 뛰어난 미감이 돋보인다. 청색과 적색을 이용해 두 주인공의 상황과 감정을 대비시켰고, 디테일을 살린 소품, 의상 등으로 매 장면을 꽉 채웠다.

강동원은 “감독님의 시각적 천재성이 번뜩일 때가 많다. 미술 콘셉트를 잡는거나 색감을 쓰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게다가 음악적 감각도 좋다”고 말했다. 강동원은 촬영장에서 김 감독의 예술적 재능에 감탄했던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모니터 앞에서 집중해서 뭘 쓰고 계시더라. 그래서 뭘 하는지 봤더니 영화 소품으로 쓰이는 고서 같은 것들을 직접 쓰고 계셨다. 심지어 명필”이라며 “그때 진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영화 속 챕터가 나뉠 때 화면에 뜨는 ‘전’ ‘쟁’ ‘반’ ‘란’이라는 글씨도 모두 김 감독이 직접 써 넣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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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동원. /AA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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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3대 등장신’으로 꼽히는 ‘우산 등장신’의 주인공이기도 한 강동원은 이번 작품에서도 인상적인 첫 신을 만들어냈다. 다 헤진 누더기 옷을 입고 흙바닥에 얼굴을 박은 채 추노꾼들에게 질질 끌려온다. 붙잡혀 끌려온 노비 주제임에도 그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눈을 치켜뜬다. 주인 앞에 무릎이 꿇린 상태에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소인이 그리 좋소?”라고 되묻고, 자신에게 겨눠진 검을 입에 물고 “네 가족에게 복수하겠다”고 저주를 퍼붓는다. 입에서 피를 흘리며 광기어린 웃음을 지어보이는 모습은, 처음 보여주는 얼굴일 것이다.

강동원은 “이 장면을 찍으면서 기선제압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감정을 쏟아내려고 노력했다. 그 정도는 되어야 확 몰입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주인을 비꼬는 태도와 천영의 한 등 감정이 많이 담겼다”고 했다. 그는 산발로 풀어헤친 머리를 해보자고도 제안했다고 한다. “감독님과 분장 관련해 많이 대화했다”며 “머리를 풀자고 했더니 바로 그러자고 하셨다. 내가 제안하긴 했지만 감독님도 이미 생각 중이셨던 것 같다”고 했다.

넷플릭스 제작 영화와 기존 충무로 영화 촬영 현장은 어떻게 달랐을까. 이에 대해 강동원은 “표현 수위가 달라지는 것 같다. 극장에 걸리는 영화였다면 지금처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팔다리를 자르는 연출은 많이 못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클로즈업 신이 많았다는 것도 차별점”이라며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어떤 디바이스로든 볼 수 있어야 하니 클로즈업이 많을 수 밖에 없겠더라”라고 했다. 한편으로는 “국내에서 영화가 개봉하면 무대인사 등 행사를 많이 도는데, 이번에는 할 일이 많이 없어서 허전한 느낌도 든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 란’은 지난 10월11일 공개된 이후 2주차까지도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비영어 영화 부문 3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인기에 강동원은 “사극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기까지 해서 걱정이 됐는데, 반응이 좋은 것 같다”며 “많이 봐주셔서 정말 좋고, 더 봐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보고 해외에서 캐스팅 제의가 많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유명 제작자, 감독들이 연락을 주면 좋겠다”고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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