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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서울시, 지상 철도 68㎞ 구간 지하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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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조원 규모 개발 계획 발표

조선일보

철도 지하화 이후 영등포·신촌역 - 서울시가 23일 서울 시내를 가르는 지상 철도 대부분 구간을 지하화하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지상 땅에는 녹지를 조성하고 복합 빌딩을 올릴 계획이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일대(왼쪽)와 서대문구 신촌역 일대(오른쪽)의 철도를 지하화한 뒤 복합 개발한 모습을 그린 예상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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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경부선, 경원선 등 시내를 관통하는 지상 철도 대부분 구간을 ‘대심도(大深度) 지하 철도’로 만드는 계획을 공개했다. 대심도 지하 철도는 일반 지하철보다 깊은 지하 40~60m를 달리는 철도를 말한다. 지난 3월 개통한 수서~동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대심도 지하 철도다.

사업비는 25조원 이상 들 것으로 추산됐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4대강 사업(22조원)’보다 규모가 크다. 서울시는 철로를 지하로 내린 뒤 지상 땅을 복합 개발해 사업비를 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도심 역세권이나 철도 일부 구간을 지하화한 경우는 있지만 지상 철도 대부분을 지하에 넣는 구상은 이례적이다.

23일 서울시가 발표한 ‘철도 지하화 통합 개발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하화하려는 구간은 총 67.6㎞다. 서울시 내 지상 철도 노선(71.6㎞)의 94%로 경부선·경원선·중앙선·경춘선 전 구간과 경의선·경인선 일부 구간이 포함됐다. 전부 국유지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철도가 지나는 15구(區)의 제안을 받아 1~2곳을 선정하려고 했으나 전부 지하화를 원하는 데다 규모를 키워 통합 개발하는 게 사업성이 더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사업비는 지하 터널 공사비, 토지 보상비 등 총 25조6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시는 일단 채권을 발행해 사업비를 조달한 뒤 개발 이익을 일으켜 갚는 방식을 제안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철로를 지하로 내리면 여의도 면적(290만㎡)과 맞먹는 293만5000㎡ 땅을 활용할 수 있는데 이 땅에 복합 빌딩을 올리고 공원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복합 개발을 통해 31조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상 세금을 안 들이고 추진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하경


구체적으로 293만5000㎡ 중 122만㎡에는 녹지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앞서 2014년 용산선을 지하화하고 약 10만㎡ 크기의 ‘연트럴파크(경의선숲길)’를 조성했는데 연트럴파크 12개가 새로 생기는 셈이다.

39개 역사 부지 등 나머지 171만5000㎡는 민간에 매각하는 등 방법으로 복합 개발한다. 개발 대상 부지의 용도지역을 초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는 상업지역으로 지정해 사업성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서울시는 이번 계획안을 오는 25일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올 연말 정부 사업으로 선정되면, 2028년 지하 터널을 뚫는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지상 구간의 복합 개발은 2035년쯤 착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서울시는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2045~2050년에는 철길 대신 복합 빌딩과 녹지가 어우러진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상 철도는 도심의 소통을 단절시키고 철도 주변 지역의 발전을 더디게 한다”며 “철도를 지하화하면 서울의 도시 경쟁력도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서울시의 사업비, 개발 이익 계산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20년 이상 걸리는 사업이라 부동산 경기나 원자재 가격, 국내외 정세 등 변수가 많다”고 했다. 장기간 짊어져야 하는 빚도 부담이다.

정부 사업으로 선정될지 여부도 봐야 한다. 이날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와 인천, 부산 등도 철도 지하화 계획안을 잇따라 발표했다. 경기도는 이날 국토부에 안산선·경인선·경부선 일부 구간을 지하화 사업지로 제안했다. 안산선(안산역~한대앞역) 5.1㎞, 경인선(역곡역~송내역) 6.6㎞, 경부선(석수역~당정역) 12.4㎞ 등 총 24.1㎞ 구간이다. 인천은 경인선 온수역~인천역 22.6㎞ 구간을 경기도와 공동으로 지하화한다는 구상이다.

국토부는 이 계획안들을 검토해 연말까지 실제 시범 사업을 추진할 노선을 정할 계획이다. 선정된 사업은 지난 1월 제정된 ‘철도 지하화 특별법’에 따라 기획재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추진 속도를 당긴다. 사업에 걸리는 기간이 1년 정도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철도 지하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업으로 국토부는 “철도 지하화의 효과, 사업비 조달 방안 등을 면밀히 검토해 선정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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