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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뚝 끊긴 와인 수요…유통 대기업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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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롯데·현대百 등 와인 사업 투자
신세계L&B·비노에이치, 2년 연속 적자
와인 수요 급감…'고객 맞춤형' 판매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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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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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갤러리아 등 유통 대기업들이 와인 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와인 열풍이 불자 와인수입유통 전문 법인을 세우는 등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했지만, 실적은 주춤하고 있다. 엔데믹 이후 와인 인기가 시들해진 탓이다. 이에 따라 와인 마니아층 공략을 통한 매출 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땅 사고 법인 세우고

그동안 유통 대기업들은 와인 인기에 편승해 와인 사업을 키워왔다. 대표적인 곳이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그룹은 2022년 정용진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있는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를 3000억여 원에 인수했다. 프리미엄 와인 시장에서 입지를 키우겠다는 전략이었다. 덕분에 신세계L&B가 운영하는 와인숍 '와인앤모어'의 매장 수는 46개까지 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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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와인 매장 /사진=김지우 기자 zu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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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은 와인 사업을 위해 법인을 세웠다. 2022년 와인 수입·유통 계열사인 '비노에이치'를 설립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프리미엄급 와인 100여 종을 계약했다. 한화갤러리아도 지난해 6월 와인 수입·유통사인 '비노갤러리아'를 설립하며 와인시장에 뛰어들었다.

롯데는 롯데칠성음료를 통해 2022년 와인 복합공간 '오비노미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앞서 2021년 12월에는 롯데마트 잠실 제타플렉스에 와인 전문점인 '보틀벙커' 1호점을 개점했다. 반응도 좋았다. 보틀벙커 1호점은 오픈 후 1년간 기존 롯데마트 잠실점 와인 매출 대비 6배 증가했다. 이후 롯데마트는 보틀벙커를 창원, 광주에도 열었다.

시장 침체 여파

그러나 엔데믹 이후 국내 와인 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유통 대기업들도 그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신세계L&B는 지난 2년간 실적이 악화했다. 매출은 2022년 2064억원에서 2023년 1806억원으로 줄었다.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와인 매출이 감소해서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799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2022년 6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불과 1년 만인 2023년 5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3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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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수입량 및 수입액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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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노에이치도 적자 상태다. 매출은 지난해 39억4000만원으로 전년(22억3000만원)보다 늘었다. 하지만 2억5000만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엔 매출 21억9000만원, 당기순손실 3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법인 설립 당시 올해까지 연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놨지만 현재 같은 추세로는 목표치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도 지난해 와인 매출이 전년 대비 14.7% 줄어든 849억원에 그쳤다. 상반기에도 40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6% 감소했다.

유통 대기업들의 와인 매출이 이처럼 부진한 것은 수요 감소에 따른 국내 와인 수입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와인 수입량은 2021년 7만6000여 톤에서 지난해 5만6000여 톤으로 감소했다.

맞춤형으로 간다

유통 대기업들은 와인 대목인 연말을 앞두고 전략 정비에 들어간 상태다. 신세계L&B는 이달 멤버십 기능을 적용한 애플리케이션을 론칭했다. 국내 와인 애호가들의 다양한 취향에 맞춰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연말 대목에 맞춰 주요 브랜드 행사도 진행한다. 신세계L&B 관계자는 "와인이 소비되는 채널별로 가격 및 구색을 달리해 운영 중"이라며 "고가와인 중점을 두기보다 시장 수요에 맞춰 와인 가격 스펙트럼 및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노에이치는 상품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외에서 인지도 높은 유명 와인을 국내에 독점으로 선보이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다음 달 스페인 국민 와인으로 불리는 '엘 꼬또'와 프랑스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메종샹피' 등의 와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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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노갤러리아 /사진=한화갤러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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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노에이치 관계자는 "기존에는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만한 차별화된 와인을 선보여 왔는데,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유명 와인들도 추가적으로 선보이며 상품 다양성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비노갤러리아는 고급 와인에 중점을 두고 백화점과 연계한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이달엔 갤러리아명품관에 프리미엄 와인숍 '더 비노 494'를 론칭했다. VIP 고객을 위한 전용 특화 존인 '올드&레어 셀러'를 운영하며, 갤러리아VIP고객에게는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롯데칠성음료는 오비노미오에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는 전략을 택했다. 매장에선 프리미엄 와인도 시음이 가능하며, 다양한 음식 및 상황에 어울리는 와인 추천해준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시장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다보니 와인이 다시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와인은 매니아층이 두터운 주류인 만큼 일정한 규모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을 키워나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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