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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사설] 北에 러 무기 기술 지원되면 상응하는 조치 검토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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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우크라이나 군이 공개한 보급품 받는 북한군 추정 병력 (서울=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2024.10.20 [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캡처. 재판매 및 DB금지]photo@yna.co.kr/2024-10-20 11:29:42/Media Only<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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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파병 온 북한군에게 군복·군화 등을 지급하기 위해 한글 설문지까지 준비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CNN이 입수한 설문지에는 한글로 ‘모자 크기, 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 ‘조선식 크기’라고 적혀 있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군 훈련장’이라며 공개한 영상에서도 동양인 군인들이 줄지어 보급품을 받는 가운데 북한 억양으로 “넘어가지 말라” “나오라 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북한군 1만여 명 파병’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정은이 파병 대가로 현금이나 식량·석유만 챙기려 하진 않을 것이다. 지난 6월 김정은을 만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러 군사동맹을 복구하며 “군사 기술 협력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작년 9월엔 ‘북한의 위성 개발을 도울 수 있다’고 했는데 위성 기술은 ICBM 완성 및 정찰위성 개발과 직결된다. 북한이 러시아 지원으로 정찰위성을 보유하게 되면 한미 연합군 움직임을 실시간 훑어볼 수 있다.

북이 ICBM을 완성해 미 본토를 핵 타격할 능력을 갖출 경우 한국에 대한 미 핵우산이 제때 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은밀히 핵 공격할 수 있는 핵 추진 잠수함까지 손에 넣으면 한반도 안보 균형이 급격히 무너지게 된다. 고철 수준인 북 전투기가 신형 러시아제로 교체되거나 참전한 북한군이 쌓을 실전 경험도 김정은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 전쟁 수렁에 빠진 푸틴은 총알받이 병력을 보내준 김정은의 요구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려 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트럼프는 대선에서 이기면 내년 1월 취임 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 등 서방 지원이 끊기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 최근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까지 진격했지만 동부 전선에선 계속 고전하고 있다. 김정은은 트럼프 당선 등으로 전쟁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파병 도박’으로 러시아의 핵·ICBM·위성·잠수함 기술과 첨단 무기 등을 얻으려는 계산일 것이다.

러시아가 알아야 할 것은 한국도 북·러 위협에 대응할 군사·안보적 수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K방산은 러시아어 소통이 불가능한 북한군이나 구식 포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공격 자산이다. 무의미한 전장에서 북한군 이탈을 한국어로 설득할 수단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세계 최빈국인 북한과 10대 무역 강국인 한국 중 누구와의 관계가 더 중요할지 러시아는 알아야 한다. 미국도 북한의 첨단 무장화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세력에게는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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