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의 제작사 파크컴퍼니는 18일 소셜미디어와 티켓 예매 사이트를 통해 “이순재 선생이 담당 의사로부터 3개월간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추가 소견을 받았고, 선생과 소속사의 뜻에 따라 부득이하게 남은 전 회차 공연을 취소하게 되었다”고 공지했다. 제작사는 “이순재 선생과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 응원과 걱정을 보내주시는 관객 여러분께 큰 실망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7일 대학로에서 개막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의 한 장면 /파크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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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 배우가 하차함에 따라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젊은 꼰대 에스터’ 역 곽동연과 ‘늦깎이 신입 밸’ 역 박정복 등 젊은 배우들의 회차만 공연된다. 이 배우들은 다음 달 3일과 10일, 17일, 24일, 30일 등 5회 추가 공연도 결정했다.
이순재 배우는 앞서 지난 10일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당일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공연을 취소했다. 이어 13일에는 ‘휴식이 더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20일까지 공연을 추가로 취소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어떤 연극?
주역 배우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배역을 마스터하고 대기하는 대역 배우를 ‘언더스터디(understudy)’라고 부른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데이브 핸슨 작, 오경택 연출)는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한 희극.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장의 분장실에서 주인공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무대에서 공연하는 소리를 들으며 대기하는 언더스터디 ‘에스터’와 ‘밸’의 모습을 그린다. 둘에겐 주역 배우가 어디 아프거나 잘리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주어진 역할인 셈이다. 실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고도’를 기다리는 연극 속 역할조차 얻지 못해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려야 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거개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내야 하는 인생처럼 얄궂다.
제작사 파크컴퍼니는 신구·박근형 두 배우가 주연해 전회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제작사. 분장실에 들려오는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 소리를 실제로 이번에 공연한 연극 녹음에서 따왔다. 극장 입구의 캐스팅 보드<사진>에도 메인 캐스트로 신구, 박근형의 사진이 올라 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의 지난달 11일 저녁 공연 캐스팅 보드. '고도를 기다리며'의 언더스터디 역 배우 이순재와 최민호 위로 최근 막을 내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주역 배우 신구, 박근형의 사진이 보인다. /이태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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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실의 두 배우는 지루한 기다림 속에 예술, 인생, 연극과 같은 갖가지 질문과 씨름한다. 때론 우스꽝스럽고 때론 가슴 뜨겁다. “아냐, 우린 못 올라가. 우린 대역 배우잖냐. 우린 기다리는 게 길이야.” 평생 단역 배우, 대역 배우로 살며 세상이 자신의 연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여기는 ‘에스터’의 말에 마음 한 켠이 찡해온다.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 전석 6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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