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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사설]납득 어려운 김광호 서울청장 무죄, 상급심서 다시 가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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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1심 선고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17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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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17일 무죄가 선고됐다. 참사 당일 당직자였던 류미진 전 서울청 상황관리관과 정대경 전 112상황팀장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법적 책임은 지난달 실형을 선고받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일선 경찰만 지게 됐다.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에 대해 “국가 기능이 제대로 작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권한과 책임이 큰 경찰 수뇌부에게 면죄부를 준 법원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

김 전 청장은 핼러윈 기간 이태원에 인파가 몰려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예견됐음에도 적절한 경찰력 배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아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참사 사전 대응이나 당일 단계에서 서울경찰청장으로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에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용산서와 서울청 정보과 등의 보고만으론 참사를 예견할 수 없었을 거란 얘기다. 재판부는 서울청 112상황실 조처에도 부실한 점이 있지만 “이것과 인명피해 발생·확대 사이에 인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류 총경 등을 무죄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달 법원이 이태원 참사를 인재로 규정하고 이 전 용산서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과 배치된다. 당시 핼러윈 축제는 코로나19 집합금지 해제 이후여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컸으나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다. 더구나 김 청장 본인이 참사 이전 이태원 인파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직접 지시한 사실이 있었다. 그럼에도 대비에 소홀해 참사가 발생했다면 업무상 과실 책임을 묻는 게 맞다.

이번 판결로 이태원 참사 관련 기소된 주요 기관장들의 1심 선고가 모두 내려졌다. 예상대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정작 처벌 대상에서 빠졌다. 검찰은 참사 당시 주요 책임자였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을 불기소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무죄를 받았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책임이 무거운 고위직은 면책됐고, 일선 경찰들만 벌을 받게 된 것이다.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더라도 실무자 급외에 윗선은 또 면책되는 것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이 공직 사회에 미칠 해악은 작지 않다.

“국민 생명을 못 지켜도 죄 없다는 이게 나라냐”는 유가족들의 절규 앞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이들은 압사 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다고 면죄부를 줄 게 아니라, 정부 기관이 왜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사법부와 국가에 묻고 있다. 항소심에서 김 전 청장의 책임을 다시 엄정히 따져야 한다.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을 규명하는데 힘을 쏟을 것을 당부한다. 특히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참사 부실 대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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