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사살했다고 밝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야히야 신와르.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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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최고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사살했다. 하마스의 상징적 1인자가 숨지면서 가자지구 전쟁은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았다. 국제사회에선 이번 사건이 전쟁을 끝낼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최근 전선을 확장해온 이스라엘의 행보를 고려하면 당장 중동 전반의 긴장 완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다수다.
헤즈볼라 이어 하마스 수장도 사망…‘저항의 축’ 큰 타격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은 “1년간 추적한 끝에 전날 가자지구 남부에서 야히야 신와르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 작전 ‘알아크사 홍수’를 설계한 신와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걸어 다니는 죽은 자’라고 부르는 등 이스라엘의 1순위 표적으로 꼽혀온 인물이다. 신와르의 존재는 하마스가 항복을 거부하는 원동력이자, 이스라엘이 승리를 선언할 수 없는 이유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신와르의 사망으로 하마스는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구심점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전쟁 능력을 비롯해 조직운영과 가자지구 통치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중동 내 친이란 세력인 ‘저항의 축’도 큰 타격을 입었다.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에 이어 최근 몇 달 새 ‘저항의 축’ 지도부가 줄줄이 궤멸하면서 이들을 지원해온 이란의 전략이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면전쟁을 불사해온 이스라엘로선 이란에 군사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한 건물에서 발견된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의 모습. 이스라엘군 제공 |
“전쟁 끝낼 기회” 국제사회 기대에…네타냐후 속내는?
국제사회에선 신와르 사망으로 하마스에 붙들려 있던 인질이 귀환하고, 휴전과 종전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이 고개를 든다. 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왔던 신와르 대신 덜 완고한 인물이 하마스를 이끌 수 있으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의 목표로 내걸었던 ‘하마스 소탕’이 사실상 달성됐다는 평가도 가능해졌다는 이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신와르의 사망을 중동 상황에 변화를 가져올 “새 기회”로 평가하며 “(네타냐후 총리와) 전쟁을 단번에 끝내기 위한 길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질 석방 및 휴전을 위한 협상에 큰 장애물이 사라져 동력이 생길 것이란 기대를 내비친 것이다. 미 당국자들은 신와르의 사망을 가자지구 전쟁에서의 가장 큰 잠재적 ‘게임 체인저’로 손꼽을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다만 국제사회 희망처럼 신와르의 죽음이 곧바로 전쟁 종식의 발판이 될지는 미지수다. 외신들은 앞으로의 가자지구 상황이 네타냐후 총리에 달려있다고 내다봤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기회에 전쟁을 끝내려 할지, 가자지구에서 더 광범위한 승리를 추구할지 아직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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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내에서 극우 연정 상대에 의존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려는 네타냐후 총리의 ‘야욕’이 후자를 택하려는 유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한 고위 아랍 외교관은 워싱턴포스트(WP)에 이스라엘은 미 대선 전 기간을 “기회의 창”으로 보고 있다며, 아랍 국가들 사이에선 신와르의 죽음이 평화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신와르 사망에 대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아직 우리에게 큰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낙관론에 무게를 둔 바이든 대통령과는 온도 차를 보인 셈이다.
야코브 아미드로르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신와르의 죽음은 중요하고 상징적인 사건이지만, 그렇다고 이스라엘이 지금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자지구 전역에 군사적 압력을 계속 가하는 (이스라엘) 전략이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적어도 1년은 더 싸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경 대응 예고한 이란…하마스 새 수장은?
‘저항의 축’을 잇따라 타격하며 이란을 노골적으로 자극해온 이스라엘이 여태 넓힌 전선을 쉽게 닫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은 뒤 보복을 준비 중이다. 마찬가지로 이란 주유엔 대표부는 이날 숨진 신와르를 “순교자”라고 강조하면서 “저항 정신이 거세질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헤즈볼라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적들과 대결에서 새롭게 확전하는 단계로 전환을 발표한다”고 경고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인질 석방과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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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역시 타격을 입긴 했지만, 협상 등에 대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작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더 거칠게 대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마스와 가까운 팔레스타인 정치분석가 푸아드 쿠파시는 NYT에 “하마스는 기존의 원칙에 따른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며 “누가 신와르를 대체하든 그의 노선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신와르 뒤를 이을 하마스 차기 수장으로는 칼리드 마슈알 전 하마스 정치지도자가 거론된다. 도하와 카이로를 옮겨가며 거주해온 마슈알은 신와르보다 외부 압력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가자지구 무장 조직에 대한 발언권이 약해 위기에 빠진 하마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미지수란 평가를 받는다. 신와르의 동생 모하메드가 형에 이어 하마스를 이끌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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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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