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 침공에 “우크라이나 책임”···속 타는 젤렌스키, 외교전 사활

미 언론 “트럼프, 푸틴에 ‘동조’ 경향 강화”

초조한 젤렌스키는 나토 ‘가입 초청’ 촉구

“가입 무산되면 핵능력 추구할 수도” 압박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 중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탓으로 돌렸다. 미 대선을 코앞에 둔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승리 계획’에 국제사회 지지를 호소하며 바삐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공개된 보수 성향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그(젤렌스키 대통령)는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에서 패배자”라고 말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이 지금까지 이어진 데 대한 책임이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뒷받침한 것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침략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동조하는 수사’ 패턴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며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서 이어지는 갈등에 대해 푸틴과 점점 더 우호적 관계를 보여왔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TV토론에서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기를 원하는지를 묻는 말에는 두 번이나 대답을 거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팟캐스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선동했다”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전쟁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푸틴이 트럼프를 마음대로 조종하고 있다’는 민주당 측 비판에 반박했다.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제재한 것을 두고는 “러시아가 지금까지 한 가장 큰 일을 끝내버렸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약 20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을 앞두고 속이 타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잇달아 찾으며 숨 가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우크라이나 최대 동맹국인 미국의 지원에 변화가 생길 것을 대비한 행보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끝내 무산될 경우 우크라이나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핵 능력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승리 계획’의 핵심 요건인 나토 가입 초청을 촉구하는 취지다. 그는 ‘핵무기 보유’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자 “우리는 핵무기를 만들고 있지 않다”며 “내 말은 나토 가입보다 더 강력한 안전보장 방법이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나토 규정상 ‘가입 초청’은 신규 회원국으로 가입할 때 필요한 첫 절차다. 32개 회원국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나토는 전쟁 중 가입 절차를 밟으면 러시아와 나토 간 직접적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나토 주축인 미국이 회의적인 데다, 미 대선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토는 가입 문제에 대해선 원론적 입장을 유지한 채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에 집중하려는 분위기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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