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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은하·별 1억개 담았다…역대급 고화질 ‘우주 지도’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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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유클리드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를 담은 첫 우주 지도. 은하 1400만개를 포함해 약 1억개의 별과 은하가 포함돼 있다.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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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우주국(ESA)이 현대 우주론의 가장 큰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인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발사한 유클리드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를 담은 첫 우주 지도를 공개했다.



지난해 발사된 유클리드망원경은 6년 동안 6억화소의 카메라로 하늘의 3분의 1 이상 영역에 있는 최대 100억광년 거리의 수십억개 은하들을 관측해 우주의 시공간 지도를 작성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유럽우주국이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에서 공개한 이 지도에 담긴 영역은 전체 목표의 1%다. 하지만 이 작은 영역에 은하 1400만개를 포함해 약 1억개의 별과 은하가 포함돼 있다.



이 사진은 올해 3월25일부터 4월8일 사이에 이뤄진 260번의 관측 데이터를 모아 완성한 것이다. 2주 동안 겉보기 크기(시지름) 기준으로 보름달 면적의 500배가 넘는 하늘 영역을 샅샅이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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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클리드우주망원경의 우주 지도는 최대 600배까지 확대해 볼 수 있다. 맨오른쪽은 지도가 하늘에서 차지하는 영역의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표시한 달.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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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사이를 잇는 은하깃털의 실체는?





공개된 사진은 화소 수가 208기가픽셀(2080억픽셀)이나 된다. 최대 600배까지 확대해서 볼 수 있어 은하의 복잡한 구조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약 4억2천만광년 떨어져 있고 지도 작성 영역의 0.0003%도 안되는 나선은하 ESO 364-G036의 구조를 150배 확대해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공개된 사진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 은하의 별들 사이에 있는 우주 구름이다. 지구의 새털구름(권운)처럼 보인다고 해서 은하깃털이라고도 부른다. 사진(위)에서 검은색 우주를 배경으로 파랗게 빛나는 줄무늬의 우주 구름은 가스와 먼지의 혼합물이다.



유럽우주국은 지난 2월부터 본격적인 관측 활동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목표치의 12%까지 관측을 마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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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클리드우주망원경의 첫 우주 지도 중 일부를 150배 확대한 사진. 왼쪽은 4억2천만광년 거리에서 포착한 2개의 은하(ESO 364-G035 및 G036)가 충돌하는 모습, 오른쪽은 6억7800만광년 거리의 은하단 아벨 3381.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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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별에서 수십억 광년 은하단까지





지구에서 태양 반대쪽으로 150만km 떨어진 우주공간에 있는 유클리드망원경의 장점은 하늘에서 희미한 것과 밝은 것, 먼 것과 가까운 것, 작은 행성과 거대한 은하단을 모두 한 장의 사진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 초기에 탄생한 것에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수십억년에 걸친 시공간을 함께 보여준다.



이를 위해 은하의 모양을 관측하는 가시광선 카메라(VIS)와 은하의 밝기와 거리 등을 측정하는 근적외선 분광계·광도계(NISP) 두 가지 관측장비가 탑재돼 있다.



6억 화소의 가시광선 카메라는 지상의 천체망원경보다 4배 이상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시야각은 허블의 200배로, 한 번에 보름달 2배 크기의 하늘 영역을 관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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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클리드우주망원경이 작성하게 될 우주지도 영역. 오른쪽 아래 노란색 부분이 이번에 작성한 영역이다.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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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클리드가 암흑물질을 찾는 방법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는 5%의 물질과 27%의 암흑 물질, 68%의 암흑 에너지로 구성돼 있다. 물질을 제외한 두 가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암흑 물질은 빛을 방출하거나 반사하지 않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자체 질량을 갖고 있다. 따라서 중력과 비슷한 효과로 은하들을 모아주는 자석 같은 역할을 한다. 반면 암흑 에너지는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과학자들은 유클리드망원경의 중력렌즈 관측을 통해 암흑 물질의 실체를 파악할 계획이다. 중력렌즈란 멀리 떨어진 천체에서 나온 빛이 거대한 천체들의 중력 영향을 받아 빛이 증폭되면서 굴절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암흑 물질엔 질량이 있으므로 유클리드망원경이 포착한 중력렌즈를 분석하면 은하에 의한 것과 암흑물질에 의한 중력렌즈 효과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생각이다.



암흑 에너지는 은하 사이의 거리 변화, 초신성 빛이 멀어지는 속도 등을 통해 추적한다. 유클리드를 통해 우주를 깊이 들여다보면서 서로 다른 시기의 우주 크기를 비교하면 언제부터 우주 팽창 속도에 변화가 생겼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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