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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이슈 세계 속의 북한

‘북한군 러 파병설’ 확산에…미 “확인 불가” 러 “가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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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6일 우크라이나군이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에 포격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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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돕기 위한 북한군 파병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기정사실화’, 한국은 ‘가능성’, 미국 등 서방은 ‘확인 불가’라는 신중론 그리고 러시아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각) 의회에서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범죄자 연합’에 이제 북한도 포함됐다”며 북한 러시아에 무기뿐만 아니라 인력도 공급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은 전쟁에서 숨진 러시아인을 대체하기 위해 러시아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그리고 러시아 군대 인력(personnel for the Russian army)”이라며 “이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러시아 편의 두번째 국가가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젤렌스키는 지난 13일 연설에서도 “우리는 러시아와 북한 같은 정권 사이의 늘어나는 동맹을 보고 있다”며 “이는 더이상 무기 전달이 아니고, 실제로 북한인들을 점령군에 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언론도 젤렌스키의 13일 연설 뒤 북한 파병설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15일 서방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 1만명 파병을 보도했다. ‘리가넷’도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을 인용해 최대 3천명의 북한군 병력이 러시아 연방 11공수여단 내에 편성된 ‘부랴트 특수부대’에 배치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군 파병설은 전쟁 첫해부터 나왔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의 16일 의회 연설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젤렌스키는 이 연설에서 ‘북한군 파병’이라는 명시적 표현을 쓰지 않고, ‘북한 인력’ 같은 애매한 표현을 사용했다. 이날 그의 연설은 오래전부터 준비됐던 ‘전쟁 승리 계획’ 발표이고, 서방에 대한 지원 촉구가 주요 메시지였다. 러시아가 북한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니, 서방도 상응하는 지원을 해달라는 의도였다.



우크라이나는 북한군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나, 관련국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서방은 ‘확인 불가’를 전제로 신중한 입장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16일 “현 단계에선 관련 보도를 확인할 수 없으나 심히 우려스럽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된 관련 질의에 “설사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고 북한은 이미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고 답을 대신했다. 북한군 파병보다는 북한의 러시아 지원 쪽에 방점을 찍은 대답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전날인 15일 전화 브리핑에서 해당 보도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질문에 “우리는 독립적으로 그 보도에 대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병설에 거리를 두는 외교적 표현이다. 그는 “이런 보도들은 우리를 우려하게 한다. 북한 군인이 러시아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아이디어가 사실이라면 북-러 국방 관계의 상당한 강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가능성이 있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국방부는 16일 우크라이나 언론 보도에 대해 “(북한의) 병력이나 민간 인력이 지원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해 면밀히 추적 중에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김용현 국방장관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에 북한군 포함 보도에 대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부정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10일 북한군 파병설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부정했다. 다만,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북한 인력 지원 주장에 대해 “‘특별군사작전’(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참가자 구성은 국방부가 확인해줄 일”이라며 “(작전에) 누가 어떻게 관여하는지는 그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데 그쳤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러시아 극동 군사 소식통이 “많은 북한인들이 (러시아에) 도착했다. 북한 사람들이 우수리스크 인근 군 기지에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3천명 정도는 절대로 아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 부대가 북한군 병사를 수천명씩이나 성공적으로 러시아군에 통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고 비비시는 보도했다. 한 분석가는 “러시아어를 하는 수백명의 러시아 수형자들을 (군 부대에) 편입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군 병사 3천명이라고 해도 전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기도 하고 지적했다. 즉, 정치적 파장만 있지 군사적 의미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국가안보위원회의 역정보방지센터장인 안드리이 코발렌코는 미국 공영방송 ‘엔피알(NPR)’에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서 북한군을 훈련시키고 있다는 브리핑을 받았다면서도 “그들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직접 배치될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설은 전쟁 첫해부터 나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6개월 뒤인 2022년 8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군사블로거 사이에서는 ‘북한군 10만 파병설’이 떠돌았고, 그 근거로 러시아 국영 텔레비전 보도를 들었다. 이런 주장을 미국의 ‘비지니스 인사이더’ ‘내셔널 리뷰’ ‘뉴욕포스트’ 등이 다시 보도했다. 뉴욕포스트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기도를 강화하려고 10만 병력 파견을 제안했다고 러시아 국영 텔레비전이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 근거는 이고르 코로첸코라는 러시아의 국방 전문가가 국영 텔레비전 뉴스쇼에서 말한 10만명의 북한인들이 파괴된 우크라이나 지역 재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뉴스위크는 팩트체크를 통해서 북한군 10만 파병설이 블로거들의 낭설을 언론들이 주고받아 커진 근거 없는 뉴스라고 분석했다.



북한군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설이 최근 급증한 배경에는 북-러의 밀착이 있다. 지난 6월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전쟁 상태 때 지체 없는 군사 지원을 약속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을 맺었다. 냉전 시대인 1961년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포함된 ‘조-소 우호조약’과 근접한 내용의 조약으로 양국 군사동맹이 복원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포스트’는 북-러 정상회담 일주일 뒤인 지난 6월26일 북-러 조약으로 “평양이 이번 주 초에 도네츠크 지역의 러시아 지상군을 돕기 위한 공병대 형태로 병력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이 병력은 빠르면 다음달에 전장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당시 북한은 그런 발표를 한 적이 없었다.



이후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등 무기를 지원한다는 주장이 미국과 우크라이나에서 꾸준히 나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다시 북한군 파병설이 우크라이나 언론을 통해서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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