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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사설] ‘깜깜이’ 교육감 직선에 세금 565억 헛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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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일인 16일 오후 정근식 후보가 서울 마포구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은영 씨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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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 진영 정근식 후보가 5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정 후보는 곧바로 조희연 전 교육감의 남은 임기인 1년 8개월 동안 교육감 직무를 수행하게 됐다. 지난 10년에 이어 앞으로 2년 가까이 더 진보 교육감 시대가 이어지는 것이다.

정 후보 승리는 진보 진영이 이번에도 큰 잡음 없이 완전한 단일화에 성공한 데 힘입은 것이다. 야당이 압도적인 과반을 차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보수 진영에는 처음부터 힘든 선거였다고 할 수 있다. 정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조희연 진보 교육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혁신학교 확대·강화, 학생인권조례 유지 등 조 전 교육감의 정책 기조가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는 진보교육감 10년을 ‘어둠의 교육’이라고 비판하며 초등학교 지필평가 부활, 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 폐지 등을 공약했지만 역부족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번 선거도 전형적인 깜깜이 선거였다. 투표율은 23.5%로 저조했다. 지난 11~12일 사전선거 투표율도 다른 군수·구청장 선거(20~40%대)보다 낮은 8.28%를 기록했다. 유권자들은 교육감 출마자들을 잘 모르니 관심도 작을 수밖에 없다. 정당 추천도 없다. 주요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가 없어서 선관위 주관 토론회조차 제대로 열지 못할 정도였다. 유권자 관심을 끌기 위한 ‘네거티브 공방전’만 치열했다. 교육적이어야 할 교육감 선거가 가장 비교육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선거를 치르는 데 세금 565억원이 들었다. 학생들에게 쓰여야 할 소중한 세금이 무의미한 선거에 뿌려진 셈이다.

2007년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선거를 몇 번 치렀지만 유권자 무관심과 그 부작용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교육감 직선제 실험은 실패했음이 분명해졌다. 이런 선거는 이번을 마지막으로 하고, 2026년 지방선거부터는 새로운 방식으로 교육감을 선출하거나 임명해야 한다. 여야는 바로 논의를 시작해 교육감 직선제를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나 임명제 등으로 바꿔야 한다. 시·도지사 후보는 득표를 위해 중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교육감 러닝메이트를 고를 가능성이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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