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8 (금)

金여사가 운용한 계좌도 통정매매 인정됐는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불기소’에도 풀리지 않은 의혹

검찰이 17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지만 법조계에선 “아직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가장 주목받는 건 김 여사가 직접 운용한 대신증권 계좌 거래다. 2심 법원은 김 여사가 2010년 10월 28일과 11월 1일 이 계좌로 거래한 12건을 서로 미리 짜고 한 거래(통정매매)로 인정했다.

특히 11월 1일 거래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를 주당 3300원에 매도하기 22분 전, 2차 주포 김모씨가 블랙펄인베스트 직원 민모씨에게 “3300(원)에 8만개 때려달라 하라”고 문자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김씨는 22분 뒤 민씨에게 다시 “매도하라 하셈”이란 문자를 보냈는데, 7초 뒤 김 여사의 계좌에서 매도 주문이 접수된 것이다.

이 거래에 대해 검찰은 김씨 측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매도 주문을 내면 곧바로 받겠다”는 요청을 했고,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부탁해 김 여사의 주식을 팔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겠느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았다고 할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권 전 회장과 김 여사 모두 이 거래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인 데다,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주가조작 사실을 숨기고 매도를 유도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또 김씨가 2021년 10월 공범에게 쓴 편지에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라고 쓴 대목도 논란이다. ‘김 여사도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말처럼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저런 표현을 왜 썼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면서 “2010년 당시 김씨는 김 여사를 ‘권 전 회장과 친한 계좌주’로만 알고 있었고, ‘김 여사는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는 진술도 했다”고 말했다.

1차 주가조작 선수 이모씨가 김 여사에게 주식 거래로 인한 손실을 보전해 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이씨는 지난 2010년 3월 지인을 통해 김 여사에게 4700만원을 보냈는데, 이는 같은 해 1월 자신이 김 여사 계좌를 맡아 대신 거래한 결과의 손실액과 비슷한 규모다. 이씨와 김 여사는 “주식과 무관한 별개의 금전 거래 같다”면서도 “정확한 상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만약 김 여사가 이씨에게 계좌를 맡기면서 손실 보전 약정을 체결했다면 “주가조작과 관련 없다”는 김 여사 측 해명의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결국 이 돈의 정확한 성격을 규명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도 손실 보전 명목이 아니냐는 의심을 가졌지만, 입증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증권·금융범죄를 주로 수사한 전직 부장검사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알았던 걸로 보이는 정황과 의혹이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법원에서 증거로 범죄를 입증해야 하는 수사팀 입장에선 직간접 증거 없이 정황만으로 김 여사를 기소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유종헌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