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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기업대출로 중심추 옮긴 은행 ‘이자수익’…3년간 세배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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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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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한국은행이 마침내 통화정책 피봇에 나섰다. 코로나19 위기와 이어진 고물가를 배경으로 2021년 여름부터 본격화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것이다. 여기서 던져지는 질문 중 하나는 ‘누가’ ‘어디에서’ ‘얼마나’ 돈을 벌었나다. 이에 대한 답은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금리 하강 사이클에서 나타날 다양한 경제 주체의 고난과 영광을 마주하며 등장할 ‘공정한 수익 배분’이란 화두를 풀어갈 실마리가 될 수 있다. 한겨레는 그 단초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 은행 부문의 지난 3년여간 수익 실태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국내 은행의 대표 주자인 케이비(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며, 분석 자료는 은행의 각 연도·분기 사업보고서와 두 은행이 제출하고 금융당국이 검수하는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재된 자료다.





기업대출 이자수익 6.5조→올해 16조로 급증





올 상반기 기준 국민·신한 두 은행의 합산 이자수익(원화대출금 기준)은 14조7천억원이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기준 올해 이자수익은 30조원에 육박한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받으며 기준금리가 0%대에 머물던 2020년(14조4천억원)에 견주면 연간 기준 이자수익이 두 배 불어난 것이다.



흥미로운 건 금리 인상 사이클 동안 이자수익의 무게 중심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대출은 크게 기업대출(개인사업자 대출 포함)과 가계대출로 구분된다. 2020년엔 총이자수익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5.7%(두 은행 합산)로 가계대출 수익 비중(54.3%)에 견줘 약 9%포인트 정도 낮았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부동산 급등기로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2021년 한 해만 크게 확대된 뒤 이후 돌연 급감했다. 급기야 2023년엔 두 대출의 이자수익 비중은 역전되고 그 추세는 올해 들어 확대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올 상반기 기준 기업대출 이자수익 비중은 54.4%까지 뛰어올랐으며 2020년 대비 2024년 기업대출 이자수익은 6조5천억원에서 16조원으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기업대출 급증





두 은행의 이자수익 무게중심이 수년 새 급변한 건 우선 기업대출 자체가 가계대출보다 더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익의 원천에서 변화가 있었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2020년엔 두 은행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은 각각 273조원, 242조원으로 가계대출이 약 31조원 더 많았다. 그러나 2022년께 엇비슷(가계 298조원, 기업 292조원)해지더니 올 상반기엔 기업대출(343조원)이 가계대출(303조원)을 앞질렀다. 고금리 시기에 부동산 가격이 위축되면서 가계대출은 정체됐으나 기업 대출은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금리가 더 높아지기 전에 유동성을 더 확보하려 하거나 인공지능·데이터센터 등 신 산업이 빠르게 부상하면서 신규 투자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금리 시기(2022년~현재) 대기업 대출과 소상공인 등이 주로 받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각각 34조원 불어났다.



이에 따라 은행의 총자금(외화 포함) 운용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경우 2020년엔 총자금 중 가계 자금 비중이 33.7%, 기업 30.9%였으나 올 상반기엔 가계 비중은 약 5.0%포인트 줄고 기업 자금 비중은 36.5%로 5.6%포인트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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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도 기업대출이 높아





이와 함께 더 빠르게 상승한 기업대출 금리도 이자수익 무게중심 변화를 가져온 핵심 배경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코로나19로 0%대 기준금리가 유지되던 2020년엔 가계대출 평균금리(2.86%)가 기업대출 평균금리(2.66%)보다 높았으나 2021년 8월 이후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두 대출 간 평균 금리의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국민은행에서 두 유형의 대출금리차는 2021년 0.12%포인트, 2022년 0.09%포인트로 좁혀진 뒤, 2023년에는 기업대출금리(4.70%)가 가계금리(4.55%)를 웃돌았다. 올 상반기엔 그 격차가 0.25%포인트로 확대됐다. 고금리 국면에서 대·중소기업 및 소상공·개인사업자에게 내준 대출 금리를 상대적으로 더 높게 책정한 것이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경기 침체 속에 은행 대출을 늘려온 기업들은 3년 넘게 지속된 고금리 상황이 경영의 큰 애로였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더 높은 금리가 적용돼 어려움이 더욱 컸다”고 말했다.



수익성도 기업대출이 더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대출 수익성은 대출 금리와 대출 재원의 조달 금리를 통해 간접 추정해 볼 수 있다. 한겨레는 원화 예수금 금리를 조달금리 대리 지표로 삼아 따졌다. 분석 결과 기업대출 마진율(기업대출금리와 예수금 금리의 차이)은 2020년 이후 추세적으로 확대됐다. 국민은행의 경우 마진율은 2020년 1.63%포인트였으나 올 상반기에는 2.23%포인트까지 뛰었다. 고금리 시기에 접어들면서 마진율이 1% 중반대에서 2% 초반대로 뛴 셈이다. 신한은행 역시 비슷한 추이(2020년 1.57%포인트→2023년 2.06%포인트→올 상반기 1.99%포인트)를 보였다. 고금리 시기에 돈을 빌린 소상공·자영업자들은 벌어들인 이익 중 상당액을 이자비용에 써야 했던 셈이다.



반면에 같은 방식으로 가계대출 마진율(가계대출금리와 예수금 금리의 차이)을 추정해 보면, 국민은행의 경우 2020년 1.83%포인트에서 2023년 2.07%포인트, 올 상반기 1.98%포인트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신한은행도 이 비율(2020년 1.75%포인트→2023년 1.98%포인트→올 상반기 1.91%포인트) 상승폭은 기업대출 마진 증가폭에 견줘 꽤 작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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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23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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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도 기업 ‘성실 상환’ 뚜렷





고금리 체제의 업황 부진 속에서도 소상공·개인사업자들이 ‘성실한 이자상환’ 태도를 보였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두 은행에서 기업대출 총액 중에 고정이하 부실여신으로 분류된 대출(외화대출 포함) 비율은 여전히 1%를 밑돌고 있다. 고금리 시기(2022년~올 상반기)에 0.28%~0.40%(두 은행 합산)에 그쳤다. 100원을 빌려주면 1원에서도 원리금 연체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대출 중 개인사업자 대출로 좁혀봐도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올 상반기 현재 0.31%에 머물고 있다. 물론 부실 대출채권 자체를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정리(장부에서 지우거나 제3자에 매각)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다수 소상공인이 고금리·고물가 상황 속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원리금을 성실하게 갚아가고 있기에 가능한 결과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쪽은 영업에서 이자비용이 불황 못지않게 큰 부담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한겨레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고금리와 높은 부채, 내수 부진 장기화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과거에 기준금리 인하에도 중소기업·소상공인 현장에서는 자금조달 비용이 감소하는 효과를 체감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기업대출 금리 인하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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