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50억 달러 요구, 바이든이 뒤집어” 방위비 재협상 시사
“우리가 보호해주는 데 지불 안 해… 이건 미쳤다”
이달 초에도 ‘머니 머신’ 표현 사용, “무역에 있어선 적국”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 주최 대담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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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 한국이 ‘머니 머신(money machine·현금 자동 지급기)’을 갖고 있다고 표현하며 자신이 재임하고 있다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 6500억원)를 지불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가 최근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인상한 1조 5192억원에 합의했는데, 9배 가까운 액수를 부른 것이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요구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우리가 한국을 북한 핵으로부터 보호해주는데 아무 것도 지불하지 않는다”며 “이건 미쳤다(this is crazy)”고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 일리노이주(州) 시카고에서 블룸버그와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이 주최한 대담에 참석했다. 그는 “나는 한국을 사랑하고, 훌륭하고 야심있는 사람들이 있다”면서도 “그들은 현금 자동 지급기를 갖고 있다(they have money machine).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다면 그들(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재임했을 때 한국에 연 50억 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지만 한국이 난색을 보여 일단 20억 달러를 내게 하고, 그 다음 해에 50억 달러로 만들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1년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자신이 합의한 것을 다 뒤집었다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유세 때마다 ‘한국은 부자 나라고, 거기에 걸맞는 지출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피력해왔다. 이날도 한국이 “아무 것도 지불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달 4일 공개된 폭스 비즈니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한국이 ‘머니 머신’을 갖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전쟁으로부터 한국을 구하고, 이후 수십 년 동안 한국을 보호했지만 우리가 거기에 대해 아무것도 받아내지 못했다”며 “이제는 이런 행동을 멈출 때가 됐다”고 했다. “한국이 수십억 달러를 지불할 예정이었지만 이후 들어선 바이든이 다 뒤집었고 한 푼도 내지 않는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사회자인 래리 커들로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한국은 여전히 미국의 동맹이지 않냐’고 묻자 “그렇다”면서도 “무역에 있어서는 적국(enemy)”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1기 때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밀어붙여 이를 관철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트럼프의 경제·무역 참모들은 한미 간 무역 적자 폭에 상당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라이트하이저 측근인 제이미슨 그리어 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모든 국가와의 무역을 들여다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 주최 대담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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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는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인 2021년 3월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타결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총 6년간 유효한 다(多)년도 협정으로 트럼프 정부(2019년 9월)에서 시작된 협상을 1년 6개월 만에 마무리한 것이다. 이달 초에는 2030년까지 유효한 제12차 SMA를 타결했는데,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해 대선 전에 마무리 짓는 게 낫다는 양국 간 공감대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지난 4월 타임 인터뷰에서 “왜 우리가 누군가를 지켜줘야 하냐”며 주한미군 존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고,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기를 원한다”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트럼프 당선시 재협상 요구를 해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은 이날 출간된 저서 ‘전쟁(War)’에서 트럼프의 핵심 참모들이 한국·일본 같은 동맹국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물밑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드워드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조 대사와 만나 “트럼프 2기가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할 것” “트럼프 역시 한미 관계가 양국의 상호 안보에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한 사실을 공개했다. 조 대사가 자신에게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오브라이언이 차기 국무장관 최종 후보에 오를 것”이라 말한 것도 언급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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