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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피란 못가는 레바논 이주노동자…포화 속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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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신것처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교전이 격렬해지면서 레바논에선 피란민이 급증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피란조차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입니다.
윤서영 월드리포터입니다.

【리포터】
차갑고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 얇은 담요 한 장만을 깔고 추위를 버팁니다.

씻을 곳도 음식을 만들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하지만 비바람을 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습니다.

임시 대피소에 오기 전까지는 거리에서 자야 했기 때문입니다.

[파지마 카마라 / 시에라리온 출신 이주노동자 : 이틀 동안 길거리에서 자고 난 이후로 열이 납니다. 모자도 없고 옷도 제대로 입지 않았거든요.]

레바논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위험과 혼란을 온몸으로 맞고 있습니다.

사업장이 문을 닫고 고용주들이 피란을 가면서 이들은 일자리를 잃고 길거리로 내몰렸습니다.

정부는 피란민들에게 임시 거주지를 제공하고 있지만 자국민이 우선입니다.

레바논인들을 수용하기에도 벅차, 이주노동자들은 들어갔다가도 내쫓기는 형편입니다.

[데아 하게-샤히네 / 인권단체 자원봉사자 : 이곳 대피소는 꽉 찼고, 정부가 학교에 설치하는 대피소는 이민자나 난민을 받지 않습니다.]

수단 등 내전이 진행 중인 아프리카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고국으로 돌아간다 해도 위험하긴 매한가지입니다.

제3국으로 가려고 해도 여권이 없어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레바논은 카팔라라는 근로계약 제도를 운영하는데, 고용주가 외국인 노동자의 거주 비자 발급을 위한 인적 보증을 서게 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악용해 이주노동자의 여권을 압수해 보관하는 고용주가 많습니다.

[이사츠 / 시에라리온 출신 이주노동자 : 고용주가 제 여권을 보관하고 있었어요. 저는 여권이 없어요. 고용주가 제 여권을 가지고 있어요.]

국제이주기구에 따르면 레바논에 있는 이주노동자는 17만여 명.

시민단체와 종교단체 등이 이주노동자를 돕고 있지만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월드뉴스 윤서영입니다.

<구성 : 송은미, 영상편집 : 용형진>

[송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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