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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북 사흘째 ‘무인기 전단’ 담화…“미국이 한국 제어하란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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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북한 외무성이 지난 11일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이 무인기를 평양에 침범시켜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했다며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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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4일 ‘평양 무인기 전단 살포’의 기획과 실행 주체를 “대한민국 군부”로 지목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도 “주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무인기를 북한 영공으로 날려 보낸 게 한국군의 행위가 명백하니, 정전협정 관리 책임이 있는 미국이 나서 이를 통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남쪽을 향해서는 연일 강경 담화와 상응한 군사 조처를 입에 올리면서 미국을 향해선 군사적 긴장이 더 이상 확대되는 걸 북한 역시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준 셈이다.





미국이 한국 ‘제어’하라는 요구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14일 밤 낸 담화에서 “우리는 평양 무인기 사건의 주범이 대한민국 군부 쓰레기들이라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다”며 “핵보유국의 주권이 미국놈들이 길들인 잡종개들에 의하여 침해당하였다면 똥개들을 길러낸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한국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앞서 북한은 13일 북한 군사당국이 군사분계선 일대 전방 부대에 ‘완전 사격 준비 태세’를 갖추도록 지시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김여정 부부장의 이날 담화는 ‘무인기 전단 살포’를 한국군 소행으로 단정하는 동시에 유엔사를 통해 정전협정 유지·관리를 책임진 미국이 한국을 제어해 무인기가 북쪽으로 오지 못하게 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여정이 사흘 연속 이례적인 담화를 냈는데 거친 용어를 쓰면서도 재발 방지를 위한 무력시위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미국이 정전협정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비난하면서도 ‘무인기 침투’ 재발 방지에 적극 나서 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도 “남쪽이 무인기를 보냈다면 미국 모르게 할 수 없다고 판단해 미국에 연대책임을 따지는 동시에, 미국이 한국을 제어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엔사는 이날 김 부부장의 담화가 나오기에 앞서 “유엔사는 현재 이 문제에 대해 정전협정을 엄격히 준수하며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리전에서 ‘참수 작전’으로 국면전환 판단?





북한은 이번 ‘무인기 사건’을 이전 대북 전단 대응과 근본적으로 다른 국면으로 판단하고, ‘무력 충돌 불사’의 군사적 대응 태세로 전환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이 국경선 부근에 “전시 정원 편제대로 완전무장된 8개의 포병여단을 13일 20시까지 사격 대기 태세로 전환시키고 각종 작전보장 사업을 완료”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밝힌 게 그 예다.



무인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21세기 전쟁’의 가장 중요한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와는 달리 무인기 침투를 “군사적 공격 행위”(11일 김여정 담화)라고 규정하며 이전과 다른 대응에 나섰다. 북한은 지난 3일과 9일, 10일 대한민국 무인기가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해 삐라(전단)를 살포했다고 주장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주장대로 남쪽이 보낸 무인기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가 있는 평양 중구역까지 도달했다면 ‘김정은 참수 작전’ 능력을 보인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5월 이후 남쪽이 대북전단을 보내고 북쪽이 쓰레기 풍선을 보내는 등 남북 사이에 ‘심리전’이 일상화됐지만, 전단 대신 탄두를 적재한 자폭 무인기가 중구역에 도착한 것이라면 북한 최고지도자를 겨냥한 작전 실행 능력을 입증한 게 돼 훨씬 위태로운 국면으로 전환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두 국가’ 국내 정치적 활용





북한이 ‘무인기 침범’을 내세워 대남 강경 대응을 강조하는 것은 국내적으로 통일을 지우고 ‘적대적 두 국가’를 실현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크게 작용한 결과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북한은 이전까지 공개적 언급을 꺼리던 대북전단 문제를 주민들이 모두 보는 노동신문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용석 연구원은 “지금까지 ‘남반부 통일 혁명’을 내걸고 주민들에게 언젠가는 통일을 통해 잘살게 될 것이라고 해온 북한이 통일을 지우고 두 국가로 만들려는 헌법 개정을 하는 건 정체성을 바꾸는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라며 “무인기 상황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크다”고 분석했다.





박민희 권혁철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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