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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독자경영 나선 한미약품, 첫 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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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영업익, 두자릿수 감소 전망…증권가 눈높이 낮춰
박재현 '독자경영'vs오너 '책임경영'…불확실성 속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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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지난 8월말 지주사로부터 독자경영을 선언한 이후 첫 번째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 실적은 박 대표를 앞세워 전문경영인 중심의 독자경영 체제를 추진하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등 이른바 3자 연합의 성적표로 볼 수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미약품의 연결 기준 3분기 예상 매출액이 3609억원으로 전년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은 470억원으로 같은 기간 18.3% 줄어들 것으로 봤다.

SK증권, DS투자증권, LS증권도 한미약품이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두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컨센서스(시장 기대치 매출액 3971억원, 영업이익 612억원)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실적이 주춤하는 것에는 일회성 요인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여름 중국에서 기록적인 홍수가 내리면서 주력 자회사인 북경한미약품의 영업활동이 일시 중지된 적이 있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는 의료파업이 장기화하고 평소보다 긴 연휴기간으로 영업활동이 위축됐다.

신지훈 LS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 대비 각각 7.7%, 21.0% 하회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휴가철과 장기 연휴의 영향으로 로컬 의원 대상으로 한 영업 부진과 중국 홍수 영향으로 인한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일회성 요인이 사라지는 오는 4분기부터는 실적이 다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 대표와 3자 연합 입장에서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독자경영의 정당성을 다시 확보해볼 수 있는 시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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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왼쪽)과 이스마일 쉐하다 타북 대표가 지난 8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제약바이오 박람회에서 파트너십 체결을 기념하는 세레머니를 진행하는 모습./사진=한미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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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경영을 선언한지 한달여가 흘렀지만 박 대표는 대외 활동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않다. 지난 8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제약사 타북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현장에는 오너 일가인 임주현 부회장이 전면에 섰다.

이를 두고 회사 안팎에서는 박 대표가 제대로 된 독자경영에 나서기보다 아직 3자 연합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그룹 한 관계자는 "특정 대주주에 대한 눈치보기 차원에서 참석하지 않은 것 아니냐"며 "스스로를 전문경영인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타북과 계약에 대표이사도 없이 임주현 부회장만 참석한 것은 여러가지 의구심을 자아낸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측은 "한미의 가치를 폄훼하는 주장"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파트너사의 요청에 따라 미팅이 성사됐다. 임 부회장이 해외사업을 담당해 계약식에 참여한 것"이라고 했다. 또 "사진을 찍어 외부에 알려야만 독자경영을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박 대표는 창립 51주년 기념메시지를 본인 명의로 내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회사와 임직원 성장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임 부회장은 글로벌사업본부 R&D센터를 맡고 있다. 박 대표도 아직은 독자경영의 예열단계이기에 당장의 실적으로 성과를 논하기 이른 측면이 있다.

3자 연합과 대척점에 선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도 취임 이후 분기 기준으로 두 번째 실적발표를 앞뒀다. 임 대표는 한미사이언스가 이미 오너와 전문경영인 간 협력이 이뤄지는 선진 지배구조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한미약품의 독자경영에 반대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책임경영 측면에서는 '대리인'인 전문경영인보다는 오너경영인이 훨씬 장점이 많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 지주사와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미정밀화학의 경우 올해 2분기 매출과 손익에서 양호한 성적표를 내놨다. 상반기 전체로는 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임 대표가 지주사 경영을 책임지기 시작한 2분기에는 13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미정밀화학은 임 대표와 전문경영인인 장영길 대표가 각자 대표를 맡아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박 대표를 밀고 있는 3자 연합의 '독자경영론'과 임 대표와 그의 형 임종윤 이사 중심의 '책임경영론' 사이에서 주주들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연초 이후 각각 10.1%, 18.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폭(2.8%)을 큰 폭 웃도는 수치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의 본 영업 가치와 연구개발은 순항 중"이라면서도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 이슈 및 내부감사 등의 거버넌스 이슈로 한미약품의 주가는 바이오장 호조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주가 흐름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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