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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글로벌 칼럼 | AI 글래스 얼굴 인식 기능이 사생활 침해라는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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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대화를 시작할 때, 이 사람을 예전에 만난 적이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 글래스가 그 사람의 이름과 이 사람을 어디서, 언제, 어떤 상황에서 만났는지 알려준다고 상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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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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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능이 불쾌감을 주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과 다시 연결하고, 만나는 사람에 대한 맥락을 파악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위험한 기술일까?


하버드대 학생의 '사생활 침해' 프로젝트

하버드 공대생 안푸 응우옌과 케인 아르다이피오는 최근 'I-XRAY'라고 불리는 실험 프로젝트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고 시연하는 장면을 담은 유튜브 영상을 공개했다.

I-XRAY 시스템은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Ray-Ban Meta Smart Glasses)의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을 이용해 인스타그램으로 영상을 전송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기능이다.

실험에 사용되는 컴퓨터가 인스타그램 라이브 스트리밍을 원격으로 시청한다. 특수 제작된 소프트웨어가 스트리밍 영상에서 사람의 얼굴을 몇 초 동안 감지하면 해당 얼굴이 스크린샷으로 캡처된다. 소프트웨어는 이 캡처된 얼굴 사진을 핌아이즈(PimEyes)라는 얼굴 인식 서비스에 자동으로 업로드한다. 핌아이즈는 얼굴을 인식하고 그 사람의 얼굴이 인터넷상에 게시된 곳을 찾아주는 서비스다.

이후, 이 소프트웨어는 핌아이즈에서 제공한 URL을 열고 해당 사이트에 있는 텍스트 데이터를 추출한다. 이 추출된 데이터는 LLM을 통해 처리되며, 이를 통해 그 사람의 이름, 회사명 또는 기타 개인정보를 추출한다(비개인 정보는 삭제됨). 그런 다음 I-XRAY 소프트웨어는 추출한 개인 데이터를 사람 검색 사이트에서 사용한다. 이름,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 기본적인 데이터 하나만 입력하면 이들 사이트는 나머지 정보와 더불어 나이, 가족 관계, 경력 등을 보여준다.

이렇게 수집된 개인정보는 안경을 착용한 사람의 스마트폰으로 텍스트 형태로 전송되어, 상대방의 허락 없이도 낯선 사람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게 된다. I-XRAY 실험 제작자들은 AI 글래스가 미래에 가져올 사생활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비평가들은 I-XRAY 프로젝트팀이 공개한 시연 영상을 보고 AI 글래스가 "소름 끼치고 디스토피아적이며, 위험하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 제작자와 비평가들의 반응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I-XRAY는 AI 글래스와 무관

I-XRAY 논문 제목에 담긴 "AI 글래스는 누구의 개인정보든 공개할 수 있다"라는 말은 명백히 틀린 주장이다.

영상으로만 보면 물론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실험 시연에서 창작자 중 한 명이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그 사람의 이름과 직업, 가족 정보를 얻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이 "AI 글래스"는 내장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실제로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다.

사실, I-XRAY 백엔드 시스템을 수정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인스타그램 스트리밍을 할 때도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오히려 스마트폰의 해상도가 더 높아 영상이 더 잘 나올 것이다. 그런데 왜 스마트 글래스가 특별한 위험을 초래하는 것처럼 보일까?

적어도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는 영상이 촬영 중일 때 불빛이 켜져 있어 주변 사람이 알 수 있다. 반면, 망원렌즈나 스마트폰 줌 기능을 사용하면 상대방 모르게 멀리서도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이번 실험에서 사용된 온라인 서비스들이야말로 사생활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라는 것이다. 핌아이즈와 페이스체크 ID(Facecheck ID) 같은 서비스는 사용자의 얼굴이 올라간 모든 사이트를 찾아내고, 사진을 업로드할 수 있는 누구에게나 그 정보를 제공한다.

프로젝트 제작자들이 사용한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인 패스트피플서치(FastPeopleSearch)와 인스턴트 체크메이트(Instant Checkmate) 역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요소다. 사용자의 개인정보는 이미 해당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있으며, 인터넷 사용자라면 누구나 다른 사람의 정보 일부를 입력해 더 많은 개인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핌아이즈에 누군가의 얼굴 사진을 업로드하면 해당 사진이 올라간 모든 URL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해당 페이지에서 그 사람의 다른 데이터, 특히 이름을 알 수 있다. 이름만 알아도 다른 사이트를 통해 막대한 개인정보와 금융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스마트 글래스에 내장된 카메라가 특별히 사생활 위험을 초래하는 것을 아니라는 의미다. 스마트 글래스의 카메라는 그저 카메라일 뿐이다. 사생활을 보호하고 싶다면 위에서 언급한 각 웹사이트를 방문해 개인정보를 차단하는 도구를 이용해야 한다.

AI 글래스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생활 침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는 AI 글래스뿐 아니라 스마트폰, DSLR, 폴라로이드, 웹캠, 초인종 카메라 등 모든 사진 및 영상 촬영 기기를 폐기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I-XRAY 프로젝트가 소개되고 대중에게 받아들여진 방식에 이의를 제기한다. 위험 요소는 AI 글래스가 아니라 얼굴 인식 사이트와 공개된 개인정보 사이트에 있다. AI 글래스는 사생활 침해와 무관하다.

AI 글래스에는 오히려 얼굴 인식 기능이 탑재돼야 한다.


얼굴 인식 기능이 필요한 이유

명함은 15세기 중국에서 귀족이 사용하던 사교용 카드에서 유래했다. 이 카드는 18세기에 유럽으로 퍼졌으며, 산업 혁명 시기에는 명함이 연락처 정보를 교환하는 표준 도구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우리는 전자적으로 이런 정보를 교환한다. 예를 들어, 애플 월렛이나 구글 월렛에서 명함을 '패스' 형태로 공유할 수 있으며, 이런 정보를 vCard를 통해 연락처 앱에 바로 저장할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iOS 17 이상의 아이폰을 사용할 경우, 두 대의 휴대폰을 가까이 대기만 해도 명함 정보를 쉽게 교환할 수 있다.

명함을 주는 행위는 수신자가 그 명함에 적힌 개인정보를 가질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AI 글래스에서 얼굴 인식 권한을 부여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연락처 앱에서 체크박스를 통해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이 권한을 부여하면 얼굴 인식 권한과 함께 프로필 사진이 자동으로 공유되는 것이다. 얼굴 인식 권한은 사람별로 부여하고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 사람이 AI 글래스를 착용하게 될 수도 있는 10년 후에는 회의나 비즈니스 행사에서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의 이름, 직업, 상호작용 이력을 자동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 관계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노화로 인한 치매를 겪는 노인이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특히나 큰 도움이 될 것이다.

AI 글래스의 얼굴 인식 기능이 개인정보 보호에 위험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특히 AI 글래스가 그저 카메라로 사용될 뿐이라면 더욱 그렇다. AI 글래스의 얼굴 인식 기능은 우리의 삶과 경력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ditor@itworld.co.kr

Mike Elgan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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