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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소설가 부녀가 나누는 최고의 사랑”… 한강, 부친 한승원에 추천한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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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1일 오전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토굴(한승원문학관) 작업실에 노벨상 소설가 한강이 아버지 한승원 작가에게 보낸 자필 편지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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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54)이 부친 한승원(85) 작가에게 추천한 책들이 이목을 끌고 있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작가는 이날 전남 장흥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 해산토굴을 공개하며 딸 한강이 매년 보내온 책들과 직접 쓴 손 편지와 메모를 소개했다.

한 작가에 따르면, 한강은 매년 어버이날이나 생일, 명절이 되면 안부를 묻는 손편지와 함께 책을 아버지에게 선물했다. 공개된 한강의 손편지를 보면, 한강은 “사랑하는 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 건강하게 지내세요. 재미있게 읽어보실 수 있는 책을 2권 골라봤어요” “아버지 마음 건강히 잘 지내고 계세요? 최근에 읽고 참 좋았던 책 2권 보내드려요” 등의 메시지와 함께 한 작가에게 책을 보냈다.

한강이 부친에게 보낸 책 중에는 ‘월든’ 같은 유명 고전부터 단편 소설까지 수십권에 달했지만, 자연환경을 소재로 한 서적들도 많았다.

한 작가는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으로 로빈 윌 키머러의 ‘이끼와 함께’를 꼽았다. ‘이끼와 함께’는 인디언의 후손이자 여성 생태학자인 작가의 작품으로, 섬세한 시적 감성으로 이끼의 삶을 풀어낸 자연 에세이다. 한 작가는 “이끼와 풀의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잘 담아내 재미있게 읽었다”며 “아버지인 나를 닮아서 그런지 딸도 자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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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문학사상사 주관으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상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한강 씨가 작가인 아버지 한승원 작가와 함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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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토굴(한승원문학관) 작업실에 노벨상 소설가 한강이 아버지 한승원 작가에게 보낸 자필 편지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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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한강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세밀하게 묘사한 메리 올리버의 ‘긴 호흡’을 아버지에게 보내며 편지에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적었다.

한 작가는 “어린 딸이 나를 따라 책을 읽었던 게 불과 몇 년 전 같은데 이제는 딸이 골라준 책을 읽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며 “소설가 부녀가 나눌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인 것 같다”고 했다.

한 작가는 1968년 등단해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 시집 ‘열애일기’, ‘달 긷는 집’ 등을 펴냈다.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을 받았다. 올해 초에는 자전적 장편소설 ‘사람의 길’을 펴냈다.

한 작가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대개 늙은 작가나 늙은 시인들을 선택하더라. 그래서 우리 딸은 몇 년 뒤에야 탈지 모른다 생각했다”며 “어제 결정은 갑작스러웠다. 당혹감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벨문학상은 최근 발표된 작품에만 관심을 두는 게 아닌 그 작가의 인생에 발표한 작품을 총체적으로 관조해서 결론을 내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우리 딸은 아직 차례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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