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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소비기한 전환에 소극적인 식품사…식약처 "부담 줄일 방안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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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


식품 폐기물을 줄이려 도입한 소비기한을 적용하지 않은 식품들이 여전히 많은 것은 식품사들이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소비기한은 통상 유통기한보다 긴 만큼 자칫 변질 등 품질 문제가 발생할 경우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관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기한 표기가 먹거리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 소비기한 전환을 돕는다는 입장이다.

10일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소비기한 표시 대상 품목 중 61.6%만 적용을 마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이 중에서도 소비기한으로 바꾸면서 날짜를 늘린 사례는 18.7%에 불과했다. 섭취 가능 기간을 늘려 식품 폐기물을 줄이겠다는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경우는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소비기한 늘렸다가 음식 상하면…식품사 "부담"

식품 제조사들은 기간 연장에 소극적인 이유는 전환 시 생기는 품질 부담이 가장 크다. 식품업체 A사 관계자는 "기간을 늘렸다가 상하거나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은 제조사가 져야 하기 때문에 소비기한을 유통기한보다 많이 늘리는 것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기간을 연장하지 않더라도 제재 등 별다른 조치가 없다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소비기한은 영업자가 제품 특성, 유통 환경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설정하도록 하고 기간을 연장하지 않더라도 제재하지는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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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1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상품에 소비기한이 표시돼 있다.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에 표시된 보관 방법을 준수할 경우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이다. 2023.12.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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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 늘려도 되는데 5일만 연장...음식물 폐기 감소 효과는 언제?

이 때문에 소비기한을 도입한 제품도 실제로 기간을 늘린 사례가 적어 본래 의도한 음식물 폐기 감소라는 취지 달성이 어려울 거란 분석이 나온다. 일례로 식약처가 소비기한 설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배포한 소비기한 참고값보다 수일 정도만 늘린 경우도 있다. 식약처가 한 가공식품의 소비기한 참고값을 종전 유통기한 90일보다 긴 170일로 제시했으나 실제로는 95일로 5일만 연장한 식이다. 앞서 정부는 소비기한 도입으로 식품 폐기물이 줄면 연간 편익 약 1조원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10년간 발생할 편익은 소비자 7조3000억원, 산업체 2200억원 수준으로 분석한 바 있다.

식품업체 B사 관계자는 "상온 식품은 원래도 유통기한이 길기 때문에 소비기한을 이보다 더 길게 설정하기 쉽지 않다"며 "냉장·냉동 위주로 일부 품목만 기한을 소폭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형 식품사의 경우 기간 연장으로 재고 부담이 가중되는 등 관리가 어려워 전환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소비기한의 안전한 전환을 위한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비기한을 급하게 연장하면 식품의 안전, 품질 우려가 생길 수 있어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적용할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식품 안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식품 제조사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품 안전과 품질 우려를 없애려면 소비기한을 과학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제조사에 필요한 소비기한 설정 참고값을 제공하고, 업체들의 시간·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간담회를 열며 애로사항 등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0, 11월에는 식품 제조사를 대상으로 전국 5개 권역별 순회 설명회를 열고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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