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1 (토)

AI 시대 전력난 해결사 떴다...세계 첫 초절전 3진법 반도체 개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24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원창업기업 '터넬'
김경록 대표 "반도체 넥스트 패러다임 만든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터넬의 3진법 반도체 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I(인공지능) 반도체는 많은 전력을 소모해 '전기 먹는 하마'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는 전류가 흐르는 상태를 1로, 흐르지 않는 상태를 0으로 인식해 처리한다. AI가 학습과 논리계산을 할 때 1과 0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스위칭(변화)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열이 발생한다. 데이터센터(IDC) 전기의 40%가 열을 식히는 냉각에 사용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기존에 서버에 찬 바람을 불어넣어 열을 낮추는 방식에서 벗어나 장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액체(냉각유)에 직접 담가 식히는 방식(액침냉각) 등을 시도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공학과 김경록 교수가 2019년 창업한 터넬은 AI 반도체의 구조를 바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전하고 있다.

터넬은 3진법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의 0과 1로 이뤄진 2진법 기반의 반도체가 아니라 0, 1, 2 세가지 값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다. 3진법으로 신호를 구현하면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줄어든다. 그 결과 계산속도가 빨라지고 소비전력은 적게 든다. 예를 들어 숫자 128을 표현하려면 2진법으로는 8개의 비트(bit)가 필요하지만 3진법으로는 5개의 트리트(trit)만 있으면 저장할 수 있다.

김 대표는 2019년 3진법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상용 파운드리를 통해 제작, 검증했다. 또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게재했다.

터넬의 핵심제품은 T-SRAM(터너리-에스램)과 T-CIM(터너리-컴퓨팅 인 메모리), T-CIM 기반 유니브레인(UniBrain)이다.

T-SRAM은 3진법 기반의 에스렘(SRAM)이다. SRAM은 전원 공급이 계속되는 한 저장된 내용을 계속 기억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캐쉬 메모리 등에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정보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전력이 필요해 높은 전력 소모 문제를 야기한다. T-SRAM은 일반 SRAM 대비 1.41~1.45배 용량 개선이 가능하고, 초절전 특성을 가지고 있다.

T-CIM은 컴퓨팅-인-메모리 기술을 활용한 3진법 AI 반도체 칩이다. 2진법 반도체 칩 대비 연산량이 2.25배 개선됐고, AI 연산 진행 시 기존 대비 10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대기 전력만 소모한다.

유니브레인은 기존 2진법 구조의 뉴로모픽(Neuromorphic, 인간의 뇌를 모방해 AI 연산을 구현하는 기술) 제품 대비 1000분의 1 미만의 소모 전력을 가진 연산형 메모리다. 김 대표는 실제 뇌 수준의 초저전력으로 동작하는 3진법 뉴로모픽 프로세서를 개발, AI 반도체의 새로운 표준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터넬 개요/그래픽=이지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터넬의 강점에 대해 반도체 소자-회로-시스템을 아우르는 다계층 기술개발 융합 연구팀과 우수한 유니브레인 연구 컨소시엄(BK21 시스템 반도체 교육연구단, UNIST 반도체 혁신선도 연구단) 구축을 꼽았다.

김 대표는 "간단한 공정 변경만으로 기존 파운드리를 활용해 3진법 반도체 양산이 가능하다"며 "삼성전자와 DB하이텍을 통해 검증을 완료했다"라고 말했다.

터넬은 꾸준한 논문 게재 및 학회 참석 등으로 3진법 반도체 기술력을 알리고 있다. 2023년 반도체 소자분야 저명 학회인 DRC(Device Research Conference)에선 2편의 논문이 채택됐다. 최근엔 회로설계분야 유명 학회인 A-SSCC(Solid State Circuit Conference)에 3진법 반도체 기반의 CIM 칩 구현 성과 논문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미래 반도체 먹거리인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PIM은 D램에 연산이 가능한 프로세서 기능을 더한 반도체다. 터넬은 초절전 특성을 가진 T-SRAM을 적용해 최고 효율의 PIM 시제품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연산 성능을 최적화하며 개발을 마무리하고 있다.

김 대표는 "3진법 반도체 플랫폼을 반도체 기술의 넥스트 패러다임으로 제공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2025년까지 3진법 회로가 탑재된 AI 연산용 하드웨어를 시장에 공개하고, 혁신적인 AI 반도체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판중인 기존 메모리 제품들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서, 미래 4차산업, AI 반도체 등 전자회로가 사용되는 모든 부분에서 우리의 영역을 구축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터넬은 오는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에 UNIST 결선 진출팀으로 참가한다.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은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주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포스텍(옛 포항공대)이 주최하는 딥테크 스타트업 경진대회다.

R&D(연구개발) 기술이전·사업화 촉진과 유망 딥테크 스타트업 성장, 지역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올해가 세번째다. 5대 과학기술특성화대의 교원·학생 창업기업 각 5곳씩, 총 10개팀이 결선에 올랐다.

올해 결선팀은 교원창업 부문 △오믈렛(KAIST) △터넬(UNIST) △팀로보틱스(DGIST) △온나노바이오랩(GIST) △옵티코(포스텍)와 학생창업 부문 △RS101(KAIST) △퀀타이즈랩스(UNIST) △퀘스터(DGIST) △암모닉스(GIST) △코셀로(포스텍)이다. 결선 진출팀 대부분 심사위원들로부터 기술성·사업성·혁신성·팀역량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올해 대회는 예년보다 규모를 키웠으며 국내 유수의 VC(벤처캐피탈)와 AC(액셀러레이터), CVC(기업형 벤처캐피탈)가 딥테크 스타트업과 만나는 오픈이노베이션의 장으로 확장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김건우 기자 jai@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