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정정미 헌법재판관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 2회 변론준비기일에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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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 9명 중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임기가 17일 끝난다. 국회가 세 재판관 후임을 선출해야 하는데 여야 대립으로 이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명이 출석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는데 일주일 후면 헌재 기능이 마비된다.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8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 심판 변론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국회 입장을 따져 묻기도 했다.
헌재 기능이 마비 위기에 처한 것은 민주당이 국회 몫 재판관 3명 중 2명을 추천하겠다고 고집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재판관 9명 중 3명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3명을 대법원장이 지명하도록 하고 있다. 나머지 3명은 국회 몫인데 구체적인 추천 방식은 정해두지 않았다. 그동안 지금과 비슷한 의석 분포일 경우 여야가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서로 합의하는 방식으로 해왔다. 그런데 민주당은 2명을 추천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 장관을 탄핵해 돌아오지 못하게 할 수 있다. 탄핵 소추가 되면 해당 공직자는 직무 정지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공직자 해임권을 민주당이 갖는 셈이다. 당장 민주당 주도 탄핵 의결로 직무 정지 상태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 검사장 등의 소추안 변론이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아가 헌재가 기능을 못 하는 상태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내고 실제 소추가 이뤄진다면 곧바로 헌정 마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설마설마했는데 헌재 마비 사태가 실제 상황으로 다가와 있다. 재판관 3명의 임기 만료가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와 당장 선출 방식에 합의해도 청문회와 국회 동의 등을 밟으려면 이미 늦었다. 여야가 한발씩 물러서지 않으면 초유의 헌재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무리 정치가 엉망이어도 핵심 헌법기관까지 멈춰 세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대로라면 “야당이 헌재 무력화를 통해 야당 단독으로 탄핵 절차 완성을 노린다”는 음모론이 현실이 된다.
거대 야당이 정치적 계산 때문에 일부러 헌재를 마비시키려 한다는 오해를 벗어버리려면 민주당은 후임 재판관 선출 절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 배분 합의가 어렵다면 먼저 여야 몫 1명씩이라도 선출해 우선 헌재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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