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훈풍에도 ‘메모리 양강’ 주가는 냉랭
목표가 낮아졌지만, 분할 매수·분산 투자
목표가 낮아졌지만, 분할 매수·분산 투자
“지금이 위기인지 기회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상반된 분석이 쏟아져 판단조차 힘들다.”
한 반도체 투자자가 주식 커뮤니티에 한탄하며 올린 글이다. 말 그대로 반도체 종목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진 상태다. 반도체 업황을 두고 상반된 분석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글로벌 증권사에서는 ‘겨울이 온다’며 반도체 시장 침체를 예상한다. 반면 국내 증권가와 반도체 업계 현장에서는 ‘침체란 없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쏟아낸다.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사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물론 미국 주식 시장의 반도체 종목까지 요동치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 고민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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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최선호주는 ‘SK하이닉스’
기술적 우위로 실적 개선 기대
증권가가 꼽은 반도체 최선호주는 ‘SK하이닉스’다. 반도체 산업의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는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는 HBM 중 최대 용량인 36GB를 구현한 HBM3E(5세대) 12단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로 SK하이닉스가 월등히 앞선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를 반도체 최선호주로 꼽으며 “SK하이닉스가 HBM 메모리 후공정 기술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이런 기술적 우위가 향후 경쟁사들 대비 안정적이고 견고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주가로 23만원을 제시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SK하이닉스를 손꼽으며 목표주가를 23만원으로 설정했다. 그는 “단기 수요에 대한 논란 속 상대적으로 탄탄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 DDR5(더블데이터레이트5), HBM 등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 투자 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33% 하락한 6만13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개장 직후 5만9900원까지 밀렸는데, 장중 주가가 6만원을 밑돈 것은 지난해 3월 16일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국내외 증권사에서 목표주가와 투자의견 눈높이를 낮춘 영향이 컸다.
맥쿼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했다. 맥쿼리는 2022년 이후 삼성전자 투자의견 ‘매수(아웃퍼폼)’를 유지해왔는데, 이번에 삼성전자를 “병약한 반도체 거인”으로 평가, 목표주가를 기존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하향했다. 맥쿼리는 메모리 부문이 하강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삼성전자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 내다봤다. 특히 D램 등 메모리 공급 과잉에 따라 평균판매가격(ASP)이 내림세로 전환한 가운데 전방 산업 수요 위축이 실적 둔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사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연일 낮추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10월 2일 삼성전자 목표가를 기존 11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하향했다. 스마트폰 수요가 예상을 밑도는 가운데 레거시 메모리 수요가 둔화됨에 따라 3·4분기 예상 영업이익 추정치(10조2000억원)를 낮췄다. 상상인증권 역시 9월 30일 삼성전자 목표가를 기존 9만5000원에서 9만원으로 하향했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기대했던 핵심 고객사용 HBM 양산 공급 진입 가시성이 낮아지고, 폴더블 스마트폰 실적 부진이 이어질 예정”이라고 봤다,
다만 국내 증권사들은 현재 주가가 ‘역사적 하단’에 있고 현재의 재고 소진 이후 업사이클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도 전망하며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주가는 역사적 주가순자산비율(PBR) 밴드 하단 부근에 있다”며 “악재는 주가에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여 중장기 관점에서 매수 접근을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삼성전자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설명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주가 수준이 역사적 저점까지 낮아져 있다. 경기 불안에 따른 주가 하락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 올해 4분기 엔비디아 HBM3E 퀄 테스트(품질 검사) 통과 전망 등 D램 업황에 대한 안도감이 주가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의 겨울? Say, 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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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주도 분산·분할 투자
보고서 따라 널뛰기…몰방 금물
‘겨울’은 없다지만, 투자자 대다수는 여전히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보고서 하나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널뛰기를 거듭하는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경제·시장 변동성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종목별로 경기, 업황 둔화 리스크와 단기 주가 급락에 따른 반등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 투자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에 따라 투자 대상을 적절히 조정하며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김선우 애널리스트는 “시장 상황에 맞춰 대형주 집중과 중·소형주 분산 투자 전략을 기민하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공격적인 매수보다는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것을 권하는 전문가가 다수다. 류영호 애널리스트는 “반도체주는 단기적으로 노이즈가 존재하는 만큼 시장은 반도체 공급과 수요를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므로, 결국 주가는 ‘박스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론적으로 우려가 되는 부분에 대한 해소가 필요해 주가 하락 시 공격적인 매수 전략보다는 분할 매수로 접근이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장비 분야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와 함께 간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송명섭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체 주가가 내린다는 것은 향후 6개월 후 업황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라며 “소부장 업체 실적 역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일부 시장 불확실성과 공급 이슈는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새겨들을 만하다. 김동원 KB증권 센터장은 D램 시장 내 양극화가 향후 업황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HBM과 DDR5 등 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D램 수요 40%를 차지하는 B2C 시장에서의 수요 부진은 하반기에도 회복될 가능성이 작다”고 진단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9호 (2024.10.09~2024.10.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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