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2 (일)

계급장 뗀 무한 맛대결…‘흑백요리사’, 끝까지 세계를 사로잡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 기사에 최종 우승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우리 동네 밥집 사장님과 미슐랭 스타 셰프가 ‘맛’ 하나로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은 누군가 한번쯤 품어봤을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무명의 셰프와 유명 셰프가 오직 맛으로만 펼친 요리 경쟁은 시청자들에게 계급의 벽을 뛰어넘는 승리의 쾌감을 안겨주고 대규모 스케일로 화려한 요리의 세계를 보여주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흑백요리사’는 지난 8일 마지막 11·12회를 공개하며 막을 내렸다. 11·12회에서는 살아남은 8인의 셰프들이 ‘무한 요리 지옥’이라는 제목의 미션을 치렀다. 두부를 주제로 제한 시간 안에 끝없이 요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개인전이다. 이를 통해 걸러진 최후의 2인이 마지막 승부를 펼쳐 ‘나폴리 맛피아’(본명 권성준)가 최종 우승자로 결정됐다. ‘나폴리 맛피아’는 필살기인 파스타 요리를 통해 심사위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는 “주방과 집만 왔다 갔다 하면서 살다 보니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의문이 들었다. 10년 동안 그렇게 살았던 게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흑백요리사가 셰프들에게 남긴 것





지난달 17일 처음 공개된 ‘흑백요리사’는 재야의 고수 셰프들부터 이미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스타 셰프들까지 총 100인의 셰프가 맛으로 맞붙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외식 경영인이자 방송인 백종원과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셰프 안성재가 심사위원으로 나오는 데다 여경래, 최현석, 최강록 등 유명 셰프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공개되자마자 글로벌 톱10 티브이(TV) 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르더니, 이후 3주 연속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리즈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에 올랐다.



한겨레

‘요리하는 돌아이’가 심사위원 안성재에게 자신의 요리를 설명하는 모습.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셰프들과 외식업계에는 활력을 불어넣었다. 여경래 강남 노보텔 앰버서더 홍보각 셰프는 한겨레에 “30년 된 호텔이라서 고정 고객들 대부분 나잇대가 있는데, 넷플릭스에 나간 이후 젊은 고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며 “출연한 셰프의 업장만 아니라 다른 식당으로도 (인기가) 번져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젊은 날 대회에 참가했을 때의 열정이 다시 생길 것 같아서 출연했다”고 덧붙였다. 최현석 초이닷 셰프는 “에프앤비(F&B)가 활력을 조금은 찾은듯 하다”며 “외국인들의 한국 셰프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고 평가했다. 정지선 티엔미미 대표는 “여성 셰프를 알리는 계기도 됐고 중식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짜장면, 짬뽕만 생각하는데 중식요리를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함께 요리할 동료이자 자극을 줄 경쟁자를 얻기도 했다. 오준탁 남영닭 셰프는 “다른 셰프들을 만나서 자극도 받고 유대감이 생겼다”고, 현상욱 에다마메 남영 셰프는 “많은 요리사들이 한 자리에서 요리하는 기회가 별로 없는데 동료 요리사들이 많이 나와서 좋았다”고 강조했다. 송하슬람 마마리마켓 셰프는 “숨겨진 셰프들을 많이 알게 됐고 반찬의 가치를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각종 패러디에 예약 경쟁…흑백요리사의 ‘킥’은?





뜨거운 인기는 각종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을 탄생시켰다. 특히 “채소의 익힘 정도를 중시한다” “재료가 이븐(even)하게 구워졌다” 등 안성재의 심사평이 유행어가 되며 ‘배달의민족’ 등 배달 플랫폼에 음식 후기를 남길 때 이런 말투를 따라하는 이용자들도 나왔다.



코미디언들의 패러디도 화제다. 코미디언 김해준은 섬세한 심사평 뒤에 “보류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안성재 심사위원을 따라했고, 이수지는 쿠팡플레이 예능 시리즈 에스앤엘(SNL)에서 수건을 어깨에 걸친 채 분주하게 요리하는 ‘요리하는 돌아이’(본명 윤남노)를 재현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겨레

\'딤섬 여왕\' 중식 요리사 정지선 셰프가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출연 셰프들이 운영하는 식당도 덩달아 인기다. 식당 예약 앱 ‘캐치테이블’은 ‘흑백요리사’ 출연 요리사들이 운영하는 식당만 모은 섹션을 따로 마련했다. 1라운드부터 파이널까지 라운드 진출자 별로 식당을 분류해 안내하고 있다. 출연 셰프들의 식당 상당수가 이달 말까지 예약이 마감된 상태다. ‘나폴리 맛피아’가 선보인 ‘밤 티라미수 컵’은 오는 12일 비지에프(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씨유(CU)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그 자체로 볼거리가 풍부한 요리 프로그램에 자극적인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을 취한 것, 계급을 뛰어넘는 재미를 선사한 것 등이 ‘흑백요리사’의 성공 비결로 꼽힌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는 한겨레에 “유명하거나 유명하진 않아도 익히 알려진 셰프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거대한 세트 안에서 대결하게 하는 요리 프로그램은 전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없었던 것”이라며 “규모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또 “개인과 개인 간의 대결로만 풀어나가지 않고 한국인들의 관심이 큰 계급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으며 긴장감을 불러왔다”고 덧붙였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계급의 소재를 가져오되 기존의 특권을 없애고 블라인드 테스트 형식을 취해 실력만으로 경쟁시키는 것도 공정하다는 인식을 줬다”며 “흑수저가 백수저를 꺾을 때의 통쾌함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봉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요리 서바이벌은 시청자가 직접 맛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노래 경연이나 피지컬 예능과 달리 (실력을) 확인할 수 없는 대신 계급이라는 요소를 집어넣고 볼거리에 이목이 집중되게 하는 등 흥미 요소를 잘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