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5월 17일~9월 18일)전시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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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미술계는 경기 침체로 인해 팬데믹 때의 활기는 사라지고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아트프라이스에 따르면 국내 10개 미술품 경매사의 온·오프라인 경매 낙찰 총액은 약 1151억 원으로 지난해의 75%, 최근 5년간 최저 수준을 보였다.
그럼에도 작품을 감상하러 미술관을 찾는 발길은 이어졌다. 올 한해 공립미술관에서는 이색 설치·영상작품이나 조경·공예 등으로 주제를 다양화시킨 전시들의 인기가 높았다. 해외활동 작가 개인전이나 외국 큐레이터 초청이 활발했던 반면, 로컬 작가들의 두드러진 활약을 보기 어려웠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국현 ‘사물’전, 2030에 인기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 연 전시 중 하루평균 관람객이 가장 많았던 전시는 서울관의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하루평균 1801명, 총관객 22만1542명)였다. 이 전시는 인간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사물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자는 주제로 국내 외 현대미술가들을 모은 그룹전이다. 유명 작가 없이도 톡톡 튀는 영상, 설치, 사진 작품으로 젊은 관객이 많이 찾았다. 방문객 분포를 보면 20대가 55.5%, 30대가 20.7%로 2030 관객이 76.2%에 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5월 1일~8월 4일)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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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공예전도 주목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가장 많은 관객이 본 전시는 애플 본사 건물 ‘애플 파크’를 만든 유명 건축가 노먼 포스터를 소개한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전(18만1000명)이다. 올해 공립 미술관에서는 이처럼 건축이나 조경, 공예를 전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은 14만9428명(하루평균 1800명)이 관람해 국현에서 두 번째로 하루평균 관람객이 많았다. 이 전시는 처음으로 20세기 자수 주요 작품을 모아 미술계에서도 호평받았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전(9월 7일~12월 1일) 전시 전경. 광주=김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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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전(9월 7일~12월 1일) 전시 전경. 광주=김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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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리오 효과?’ 외국 관객 증가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스타 큐레이터’ 니콜라 부리오를 감독으로 선임해 해외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부리오가 맡은 ‘판소리, 모두의 울림’ 전시는 22만9830명이 관람했고, 31개 국가와 기관이 참여해 만든 파빌리온 전은 49만881명이 찾았다. 특히 외국인 관람객 비율이 지난 전시에 비해 7% 증가했다. 이 시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전도 외국인 관객이 10%에 달했다.
다만 ‘판소리’전은 한국 전통 음악극을 차용한 제목과 달리 한국 미술의 지역적 맥락과는 관계없이 부리오 감독이 평소 관심 갖던 주제인 인류세, 기후 위기를 전시로 풀어냈다. 이에 유명 감독을 선임해 한국 미술을 알린다는 취지가 충분히 발현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리움 ‘아니카 이: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전(9월 5일~12월 29일) 전시 전경. 리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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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인아트, 로컬 작가 개인전 실종
글로벌 아트페어가 개최되는 9월은 국내외 관객이 몰리는 시즌이 되고 있다. 이 시기 국내 주요 미술관이 개최한 개인전은 ‘정영선’(국현 서울), ‘아니카 이’(리움), ‘니콜라스 파티’(호암미술관) 등이다. 이 전시들은 조경가(정영선)를 다루거나 해외 활동 작가(아니카 이, 니콜라스 파티)를 초청했다.
개인전은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풍부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베니스비엔날레 감독인 아드리아누 페드로사는 2023년 한국을 방문했다 남서울미술관에서 김윤신 개인전을 보고, 80대인 작가를 처음으로 본전시에 초청한 바 있다. 그럼에도 올해는 국내나 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파인아트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이 적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자가 주목받을 수 있는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도 유럽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미국 미술관은 국적 관계없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미국 미술가’로 보고 연구해 전시를 열기도 한다”며 “한국 또는 아시아의 맥락에서 작품을 하는 작가와 전시 기획자를 발굴해 연구하고 성장할 기회를 마련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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