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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혁신해봐야 뭐해"…중소기업 의욕 꺾는 50년 묵은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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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수직계열화 촉진법...대기업-중소기업 협력구조 고착화
혁신해 단가 낮추면...납품단가 깎여

머니투데이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가 9일 '중소기업 글로벌화 대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오 교수는 중소기업들이 혁신하지 않고 수출에 소극적인 '구조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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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이 혁신으로 생산단가를 낮추면 대기업은 다음 계약에서 납품단가를 낮춥니다"

중소기업들이 혁신하지 않고, 수출에도 소극적인 이면에는 빠른 경제 성장을 위해 중소기업들을 대기업의 협력사화한 구조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장이 정체된 중소기업들의 글로벌화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9일 '중소기업 글로벌화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리더스포럼'의 2일차 행사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과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중소기업 대표 100여명이 참석했다. 조태열 외교부장관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영상 축사를 했다.

주제 발표에서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는 "중소기업이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혁신은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업체 수는 늘었지만, OECD의 조사 결과 제품과 공정을 혁신하는 중소기업의 비중은 17.9%로 선진국 중 작은 데 따른 결론이다.

수출 중소기업은 7년 넘게 9만여개에서 정체해 있다. 반대로 중소기업들의 수입액은 늘어나고, 기술 무역 수지는 10년 넘게 적자다. 해외투자와 법인 설립도 감소세다.

대기업은 해외투자와 법인 설립이 증가세다. 오 교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의 '납품'에 의존하기 때문에 혁신 의지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오 교수는 "납품은 계약으로 단가와 수량이 정해지니 단가를 낮추거나 수량을 늘릴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며 "(중소기업이 혁신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혁신 의지 상실이)중소기업 여러분의 잘못은 아니다"라고 위로했다. 대기업 위주의 빠른 경제성장을 도모하느라 1975년 중소기업의 수직계열화 촉진법을 제정하고, 현재의 대기업-중소기업 협력 모델이 고착화한 것은 정부의 영향이 컸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기준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86.8%가 대기업 협력사다.

오 교수는 "협업으로 글로벌화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소기업이 혼자 해외에 진출하기는 힘드니, 예컨대 중고 자동차를 수출하면 부품, 정비 서비스 업체가 함께 진출하는 식이다. 중고 자동차는 중소기업의 수출 3대 품목 중 하나다.

중소기업인들은 '판로개척' 지원을 호소했다. 정밀부품과 뷰티 제품을 일본과 독일, 베트남 등 세계 25개국에 수출하는 대성하이텍의 최우각 대표(중기중앙회 부회장)는 토론에서 인력과 예산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려면 가장 도움이 필요한 것은 '유통·판매 등 현지 네트워크 확보'라고 토로했다. 세계한인무역협회 등 재외동포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길이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소기업이 혼자 힘으로 판로를 개척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협동조합이 수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성공모델을 발굴하는 등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해 조합사들의 수출 제품의 사후관리(A/S), 인허가, 수입·판매 대리인 역할을 하는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의 사례를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중기중앙회가 앞서 외교부와 맺은 업무협약을 토대로 160여 재외공관이 중소기업의 해외 영업 거점 역할을 하고, 전 세계 바이어를 만날 정부 주도의 전시회, 박람회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행사에는 부 호 주한 베트남 대사가 참석했다. 부 호 대사는 "최근 한국 중기부와 베트남 기획투자부가 혁신, 공동연구,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 등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주한 베트남 대사관도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인력이나 해외시장 정보가 부족해 내수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세계시장으로 경제영토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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