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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특정 단어를 모른다고 해서 문해력이 떨어졌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신지영 고려대 교수(국어국문학)는 8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어휘력이 문해력의 기초가 될 수 있지만, 어휘력 부족을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어려운 단어나 한자어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를 들어 문해력이 떨어졌다고 보는 일각의 주장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전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조사’를 발표하면서 학생의 문해력 부족으로 당황하거나 난감했던 사례도 함께 소개했는데, 여기에는 “두발 자유화 토론을 하는데 두발이 두 다리인 줄 알았다”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욕하냐고 하더군요”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알고 있었습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신 교수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단어들은 문해력을 측정하기에 적절한 단어라는 공인된 합의가 있는 단어들이 아니다”라고 했다.
젊은세대의 문해력이 떨어졌다는 기성세대 인식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신 교수는 1980년 한 언론이 ‘대학생들의 국어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졌다’는 대학교수의 논문을 인용해 쓴 기사를 언급하며 “내용을 보면 재밌다. 한자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거나, 한자음을 모른다, 사촌 이상의 친족 명칭을 잘 모른다는 등의 내용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90년대에도 있었던 얘기다. 교수들이 논술 채점을 해보니까 글쓰기를 너무 못한다는 기사들도 나온다”며 “우리의 문해력이나 글쓰기 능력, 표현 능력이 점점 퇴보하는 것이냐. 이게 미래지향적인 국어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신 교수는 아이들의 문해력에 관한 어른들의 편협한 인식이 오히려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두발 자유화’ 같은 단어들은 현재 일상에서 많이 쓰지 않는 단어들이다. 단어란 시간에 따라서 사용을 많이 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는 거니까, 사실 아이들이 ‘두발 자유화’란 말을 알 것이라 생각하는 게 어른들의 문제다. 문해력 문제를 어른들이 신중하지 못한 자세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디지털 매체를 많이 보다 보니 문해력이 떨어진 것’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정말 처참하다. 1년에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 성인이 60%에 육박한다”며 “아이들은 말로 배우지 않고, 행동으로 보고 배운다. (아이들이 책을 읽게 하려면) 어른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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