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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합계출산율 2.95명 기적…나기마을의 비결은 ‘공동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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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본 오카야마현 나기마을에서 마을 어른들이 어린이들과 탁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기차일드홈 페이스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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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혼슈의 서쪽에 위치한 오카야마현 나기 마을은 일본 안에서 저출생 위기를 극복한 ‘기적의 마을’로 불린다.



인구 5700명 정도인 나기 마을의 합계출생률은 2019년 기준 2.95명으로 일본 평균 1.36명의 두배를 넘는다. 2022년에는 2.3명으로 조금 줄었지만, 역시 같은 해 일본 평균(1.26명)에 견주면 훨씬 높다. 일본은 물론 한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의 방문이 줄을 잇는 이유다.



나기 마을도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출산·육아와 관련해 다양한 지원을 한다. 하지만 나기 마을만의 성공 비결은 ‘주민참가형 육아지원 서비스’가 꼽힌다. 이를 통해 육아를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바꾸었다는 평가다.



나기 마을은 2007년부터 마을 공동 무료육아 거점인 ‘나기차일드홈’을 운용한다. 이곳에 육아상담원을 배치해 아이들과 부모가 언제라도 상담할 수 있도록 했다. 부모끼리 의견 교환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나기차일드홈은 자녀를 둔 부모뿐만 아니라 이미 육아를 마친 노인 등 기성세대들도 공동육아에 참여하는 게 큰 특징이다. 이를 통해 주민 전체가 육아를 응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일시적인 금전 지원과 달리 주민 간 상호 연결을 통해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방식은 육아의 안정감을 한층 높였다.



나기 마을이 저출생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여년 전이다. 당시 고이즈미 정부는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 간 합병을 추진했다. 나기 마을도 2002년 이웃 마을과의 합병을 주민투표에 부쳤는데, 단독으로 마을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계기로 1억5600만엔(한화 14억5천만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편성했다. 2022년엔 일반회계 예산 60억엔 중 9억엔(15%)이 저출생 지원 예산이었다. 나기 마을은 지난해 요미우리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인구 유지를 위해 청년층을 끌어들이려면 안심하고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대전제”라고 강조했다.



나기 마을은 육아 지원과 별도로 청년의 정주와 취업 지원을 위해 주택 정비를 하고 공업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에도 힘썼다. 2017년에는 ‘일자리 편의점 사업’을 시작했다. 하루 중 일부 시간만 일하고 싶은 주민과, 인력이 필요한 사업자를 연결한다. 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 경제학 교수는 “지자체가 지역 실정에 맞게 육아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앙정부의 일률적인 경제지원보다 효율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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