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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日과 자원 공유해 양자 변환 연구 최고 성과 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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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교수직 내려놓고 한국행 택한 김유수 IBS 양자변환연구단장

日 이화학연구소 수석과학자 출신… 표면-계면화학 분야 대표 연구자

‘양자 기술-정밀 측정’ 분야 연구… 양국 연구소 협력 관계 구축 앞장

동아일보

지난달 30일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만난 김유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변환연구단장(GIST 화학과 교수)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G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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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화학연구소(리켄)와 한국의 IBS가 인력, 장비, 경험, 네트워크, 심지어 자금 등 모든 자원을 공유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연구 방식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지난달 30일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만난 김유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변환연구단장(GIST 화학과 교수)은 리켄에서 연구 장비를 한국으로 들여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단장은 지난달 리켄 수석과학자와 도쿄대 응용화학과 교수 직책을 내려놓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공계 인재 해외 유출이 한국 과학계에 상존하는 큰 고민거리인 상황에서 김 단장의 한국 복귀 소식은 고무적이었다. 리켄은 일본에 노벨상 다수를 안겨준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종신직인 수석과학자는 연구자로는 리켄에서 가장 높은 직책이다. 자신이 일본에서 이룬 것을 일정 부분 내려놓고 한국으로 복귀한 셈이다.

김 단장은 표면 및 계면화학 분야를 대표하는 세계적 연구자다. 표면 및 계면화학 분야는 물질의 표면이나 서로 다른 물질이 만날 때 그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연구한다.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 응용화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99년 리켄에서 박사후 과정을 시작하면서 이 분야에 발을 들였다.

김 단장은 “표면은 내부 물질과 전혀 다른 성질을 띠는 등 ‘예측 불가능성’이란 매력을 갖고 있다”면서 “촉매, 배터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인류에게 편의를 가져다준 기술의 기저에는 모두 고체 표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연구한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을 이용해 물질의 표면·계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 관찰하고 연구해 왔다. 1981년 개발된 STM은 뾰족한 금속 탐침으로 표면을 읽어 원자를 관찰하는 도구다. 전 세계 나노 기술 연구를 본격화한 혁신적인 장비다.

김 단장은 리켄에서 STM을 스스로 조립하고 개조하는 방식으로 중요한 연구 결과들을 손에 척척 넣었다. 그는 “새로운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는 일이 기존 방식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실패 위험이 크지만 그만큼 혁신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OLED의 효율을 높이는 발광 메커니즘, 정밀한 나노 분광법 등을 개발했다.

GIST에 설치되는 양자변환연구단에서도 연구를 이어간다. 특히 표면, 계면의 화학반응을 양자 수준에서 더욱 자세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그는 “표면에 있는 분자는 주변 에너지를 빠르게 흡수할 정도로 ‘반응에 굶주려’ 있다”며 “표면의 양자 상태까지 정확히 파악하고 제어해야 물질을 더욱 잘 다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켄을 떠난 김 단장은 오히려 리켄과 협력의 고삐를 더욱 단단히 잡을 예정이다. IBS와 리켄은 김 단장의 제안으로 ‘양자 기술과 정밀 측정’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맺었다. 두 기관 모두 연구 분야에서 맺은 최초의 협력이다. 구체적으로 김 단장은 협력 방식이 공동 연구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자들이 동맹 수준의 유대감을 가져야 진정한 의미의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다”면서 “인력, 장비, 경험, 네트워크, 심지어 자금까지도 공유하며 연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설사 자신이 자리에서 내려오더라도 연구가 이어지도록 시스템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이처럼 세상에 없던 연구 방식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그를 한국으로 이끌었다. 한국에서라면 젊고 유망한 연구자들과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GIST는 학사 과정을 2010년부터 운영했고 IBS는 2011년 설립된 조직이다. 김 단장은 “살아왔던 대로 살면 얻어지는 것은 대충 예측된다”면서 “새로운 선택을 과감하게 했을 때 얻어지는 기쁨과 흥분은 예상할 수 없다”며 한국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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