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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WP “호출기와 워키토키 테러, 이스라엘이 설계·조립·판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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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달 18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무선 호출기(삐삐)가 폭발해 사망한 헤즈볼라 의원 알리 암마르의 아들 모하메드 마흐디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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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18일 레바논 등에서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워키토키) 폭발해 42명 이상 숨지고 수천명이 다친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모사드가 몇 년 전부터 치밀하게 비밀공작을 벌이고 있었다며 전모를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5일 이스라엘과 미국, 헤즈볼라 및 레바논 정부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해, 모사드가 자신들이 설계하고 조립한 제품을 헤즈볼라에 판매했으며, 삐삐 반입 과정에서는 헤즈볼라가 신뢰했던 대만 회사 출신 마케팅 담당자를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먼저 들여보낸 폭발물이 장착된 통신 기기는 무전기였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9년 전인 지난 2015년에 배터리가 크고 폭발물이 장착됐으며 도청을 할 수 있는 무전기를 헤즈볼라에 들여보냈다. 이스라엘은 무전기 폭발을 시키지 않고 있다가, 2022년 폭발물이 장착된 삐삐도 헤즈볼라에 들여보낼 생각을 하게 됐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관련된 제품을 꺼리기 때문에 삐삐는 겉으로는 이스라엘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헤즈볼라는 2023년 이스라엘과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대만 브랜드인 “아폴로” 로고를 단 삐삐를 대량으로 구매했다. 헤즈볼라가 구매한 삐삐 모델인 AR924는 방수 기능이 있고 배터리가 커서 충전 없이 몇달 동안 쓸 수 있었다. 더구나,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추적된 이력도 없었다. 헤즈볼라 지도부는 5000여대를 사서 2월부터 대원들에게 나눠 줬다.



이 과정에서 헤즈볼라가 신뢰하는 마케팅 담당자가 아폴로 브랜드 삐삐 구매를 권유했다. 이 마케팅 담당자는 아폴로사 출신이지만 독립해 자신의 회사를 차렸고 아폴로사 브랜드를 단 제품을 판매한 권리를 취득한 상태였다.



그런데 사실 헤즈볼라가 수입한 모델은 생산이 아웃소싱됐다. 실제로는 모사드의 감독 아래 이스라엘에서 조립됐으며, 이런 사실을 이 마케팅 담당자도 알지 못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모사드의 비밀공작은 이스라엘 수뇌부 상당수도 모르고 있다가 지난달 12일 알게 됐다.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헤즈볼라에 대한 대응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에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불러 계획을 설명하게 했다고 이스라엘 당국자 말을 인용해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삐삐와 무전기를 원격으로 조종해 폭발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보기관이 동시에 메시지를 전송한 뒤 호출기 사용자가 암호화된 보안 메시지를 보도록 유도해 폭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7일 메시지를 읽기 위해 레바논 전역과 시리아 일부에서 헤즈볼라 대원 등이 버튼을 누른 순간 삐삐가 폭발했다. 이튿날인 18일에도 9년 전 반입된 무전기 수백대가 폭발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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