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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현장] 북·중 관문 단둥엔 오성홍기만…신압록강대교 개통은 언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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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4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압록강변에서 한 중국인 소녀가 사진을 찍고 있다. 뒤에 보이는 다리는 1943년 개통된 중조우의교이며, 강 너머는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이다. 단둥/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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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북한 신의주와 국경을 맞댄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압록강변은 중국 최장 명절인 국경절을 맞아 여행 온 중국인들로 온종일 북적였다. 중국 관광객들은 6·25 전쟁 때 미군 폭격으로 절반 넘게 파괴된 압록강단교에 올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북한 신의주를 구경했다. 중국 관광객들은 강변에서 중국에서는 “조선족 복장”이라고 부르는 한복을 입은 채 기념 사진을 찍었고 북한산 담배와 돈, 우표 등을 펼쳐놓은 좌판을 구경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와 대화를 나눈 중국인 5명 중 이날이 75년 전 북한과 중국이 수교한 날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없었다.



압록강 하류에서 신의주와 국경을 맞댄 중국 단둥은 오랫동안 한반도와 중국을 잇는 대표적인 교류 창구였다. 북·중 수교 75주년 기념일을 맞아 찾은 단둥은 국경절 휴일 끝무렵을 맞아 활기가 넘쳤지만, 북·중 수교를 기념하는 활동은 찾을 수 없었다. 중국은 5년 전인 2019년 10월6일 단둥 압록강변 도로에 북한 국기인 인공기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줄지어 거는 등 수교 70주년을 기념했지만, 올해는 거리에 오성홍기만 나부꼈다. 5년 전 현장을 찾은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 “강변에 빨간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조중 외교관계 설정 70돌 열렬히 경축’, ‘조중 친선 영원하리’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렸다”고 전했지만, 이날은 어떤 플래카드도 걸리지 않았다.



1㎞ 너머 북한 신의주 압록강변에서도 특별한 동향이 발견되지 않았다. 5년 전에는 신의주 쪽에도 ‘조중 외교관계 설정 70돌’ 등의 표지판이 설치됐다. 당시 양국 분위기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2017년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2018년부터 북·미 대화가 이뤄지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8~2019년 다섯 차례 대면 회담을 했다.



북·중 관계의 ‘풍향계’로 불리며 관심을 모은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신압록강대교 부근은 쌀쌀한 날씨 속에 몇몇 주민이 주변 유흥 시설에 나들이를 왔을 뿐 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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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압록강변에 새로 건설된 3㎞ 길이의 최신 현수교 신압록강대교의 모습. 2015년 완공됐지만 10년째 개통되지 않고 있다. 단둥/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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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 넘는 최신 4차선 현수교인 신압록강대교는 2009년 북·중간 합의 뒤 2015년 완공됐지만, 10년 가까이 개통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 언론은 신압록강대교의 상황을 보며 북·중 관계의 온도를 확인하곤 한다. 지난달 일본 아사히신문이 ‘북·중 수교 75주년 기념일을 맞아,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이 이뤄질 수 있다’고 예측했지만 빗나갔다.



신압록강대교 앞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한 중국인은 “신압록강대교는 단둥에서도 큰 개발 사업이라 사람들 기대가 컸다”며 “몇 년째 개통된다는 얘기가 돌고 있는데 안되고 있다. 오는 12월에 열린다는 얘기가 있지만 믿지 않는다”고 했다. 상점 주인 외에 택시 기사와 식당 주인, 호텔 주인 등도 신압록강대교에 대한 관심이 컸다. 이들은 관련 질문에 주저 없이 “다리 개통을 희망한다. 하지만 언제 이뤄질지 모른다”고 했다. 중국은 신압록강대교 부근을 단둥신취(새로운 구역)로 지정해 개발하는 등 북·중 무역 확대 특수를 기대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신압록강대교 바로 옆에 지어진 100m 높이 궈먼빌딩은 완공된 채 빈 건물로 남아있었고, 24층 높이의 저상빌딩은 거의 완성 단계에서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이 10년째 미뤄지는 것은 북한 쪽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리 건설 비용 22억위안(4200억원)을 대는 등 개발을 주도한 중국은 북한과의 무역 확대를 원하지만 북한은 1943년 준공된 940m 길이의 중조우의교(압록강대교)를 통한 경제 교류를 유지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한 경제적 의존을 우려한다”며 “중국과 너무 빠르게 큰 폭으로 경제 교류가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북·중 무역이 서서히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조짐도 확인됐다. 지난 4일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한 시간 동안 중조우의교를 지켜본 결과 신의주에서 단둥으로 23대의 화물 트럭이 넘어왔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에는 2시간 동안 단 한 대의 트럭만 관찰된 것과 대조된다. 앞서 한겨레 취재진이 지난 8월 하순 이곳을 2시간 동안 관찰했을 때도 약 50대의 화물트럭이 지나갔는데, 비슷한 수준의 물량 이동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단둥 압록강변의 한 식당 주인은 “다리를 오가는 화물 트럭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줄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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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중조우의교를 통해 북한 신의주 쪽에서 화물트럭이 넘어오고 있다. 트럭에는 중국 번호판이 달려있었다. 단둥/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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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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