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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일본 국회의원들 어긋난 자식 사랑…또 고질적 ‘세습 작전’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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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4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중의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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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중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에서 현직 의원들이 자녀들에게 지역구를 물려주기 위한 ‘세습 움직임’이 일찌감치 포착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6일 “차기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은퇴를 결정한 의원들이 ‘의원직 세습’을 하려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며 “의원직 대물림으로 정치권에 다양한 인재가 모이기 어려워지는 등 소선거구제의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선거 때마다 의원직 세습으로 논란이 컸던 자민당 쪽에서 이런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자민당 후쿠시마지부연합회는 지난 3일 후쿠시마 2지구 새 지부장에 네모토 다쿠 변호사를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9일 그의 부친인 네모토 다쿠미 전 후생노동성 장관이 지역구 의원직 은퇴를 선언한지 불과 나흘 만에 자민당 출마 후보 자리가 현직 의원의 큰 아들에게 대물림된 것이다. 또 최근 자민당 파벌 의원들의 비자금 파문으로 은퇴를 결정한 니카이 도시히로 전 자민당 간사장의 지역구는 그의 셋째 아들이 차지했다.



사쿠라다 요시타카 전 올림픽담당 장관이 지난달 30일 자신의 지역구인 지바 8구에서는 은퇴를 선언했다. 자민당 지바현지부연합회는 후임자 공모 기간을 불과 3일만 뒀고, 그 사이 요시타카 전 장관의 아들이 손을 들었다. 오니시 히데오 전 국토교통성 차관도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고, 자민당 지역본부는 그의 둘째 아들에게 지역구를 물려주는 방향으로 후보를 조정을 하고 있다. 대물림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을 뿐, 제 1야당인 입헌민주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니시무라 기시로 전 건설상이 지난달 24일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그의 장남이 아버지의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 방침을 밝혔다.



이들 현역 의원들의 은퇴 선언은 자민당 총재 선거가 한창이던 지난달 중의원 조기 해산과 총선거 실시가 유력했던 시점에 결정됐다. 특히 이번 중의원 선거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 취임 한달이 되지 않는 이달 27일, 전례없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의원직 세습’을 위해 더없이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현직 의원들이 선거 직전에 기습적으로 은퇴를 선언하면 가족이나 친·인척들이 아닌 후보들은 선거 준비 시간을 확보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반면, 대물림을 받는 후보들은 현직 의원의 인지도와 지지를 그대로 이어받게 돼 사실상 불공정 경쟁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지난 2021년 중의원 선거 때를 기준으로 세습 의원 숫자는 전체의 18%에 달했다. 1994년부터 총리 15명 중 10명이 세습 의원이다. 이시바 총리도 조부와 아버지가 참의원을 지낸 정치인 집안 출신이다.



반복되는 의원직 세습에 대해 자민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기우다 고이치 전 자민당 정조회장은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중의원 해산 직전에 의원직 은퇴 선언이 나오고 있는데 ‘시간이 없으니 우리 아이(를 찍어달라)’는 식의 세습을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시바 총리도 자민당 총재 당선 직후 한 방송에서 “세습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검증을 해야 하고, 불공정은 좋지 않다”고 말했지만, 총리 취임 뒤 국회 소신표명연설 등에서는 이와 관련된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선거구제에서는 이미 (부모를 통해) 기반을 갖춘 ‘세습 후보’가 공천을 받기 쉽고, 여러 후보가 출마할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정책 논쟁도 일어나기 어렵다”며 “세습 후보를 제한할 선거제도 자체를 고쳐야한다”고 지적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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