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희 미술감독/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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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정유진 기자 = 박찬욱, 봉준호 등 유명 감독들과 작업해 온 류성희 미술 감독이 여성 미술감독에 대한 선입견을 깨기 위해 10년을 버텨왔다며 그 과정에 대해 밝혔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 8층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아메리칸 영화연구소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으로 돌아와 부딪친 여성 미술감독에 대한 선입견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
이날 류성희 미술감독은 "선입견이 정말 많았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여성 미술 감독님이 한 분 계셨고 대부분이 남자 미술 감독이었다, 나는 한국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유명하다고 하는 영화사들을 찾아다니고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작자들이 '멜로나 로맨스가 만약에 들어가면 한 번 연락은 하겠다'고 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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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때는 그냥 강력한 인식이 있었다, 창조적인 일, 창조적인 장르 영화는 남성의 영역이라는 확고한 인식이 있었고 여성은 이 많은 예산을 다루는 데 문제가 있지 않을까, 예술적일 수는 있지만 (미술이) 기술 파트니까 그걸 여성이 할 수 있을까 하는 강력한 의문이 있었다"며 "처음에 직업을 갖기가 굉장히 어려웠는데 나는 '멜로부터 하고 보자'가 아니라 선입견을 깨기 위해 일단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 했다, 그렇게 1년 반 정도 있다가 처음으로 영화 미술감독을 시작한 게 류승완 감독의 작품이었다"고 전했다.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의 미술감독으로 본격적으로 상업 영화에 뛰어든 류성희 미술감독. 그는 류 감독의 추천으로 봉준호, 박찬욱 감독과 함께 작업하게 됐다며 "모든 제작자는 나를 거절했지만, 새로운 감독님들이 나오면서 내게 기회를 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류성희 감독은 첫 번째 작품을 끝낸 후에도 계속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사실 여성의 성공은 산업 안에서 여성의 성공은 우연이라고 여겨졌다, 그전에도 (성공한) 여류 감독이 있을 수 있었지만 '그건 다 우연이다'라고 생각했다, 우습게도 나는 우연이라 여겨지지 않기 위해서 가능하면 10년간 계속해서 장르 영화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류 감독은 "(10년간)모든 종류의 장르 영화를 할 것이라는 게 내 스스로와 한 약속이었다"며 "10년 지나 한 영화가 '만추'라는 영화였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시애틀에서 찍은 작품이었다, 장르 영화만 반복해야 하며 산업적 인식을 돌파했어야 (편견의 극복이) 가능했었다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류 감독은 자신의 목표가 "탁월함"이라고 했다. 그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무언가 한 분야에서 탁월함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이 여전히 돼가는 과정이다, 아직 과정 중에 있어 스스로 더 기대감이 있기도 하다"며 "그래서 여성 영화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성별을 떠나서 본인이 목적하는 꿈 꾸는 바들을 굉장히 분명하게 잡고, 조금 더 박차를 가하고, 탁월함에 이르면 편견은 어느 순간에 바뀔 수 있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견 자체와 싸우면 힘이 들어 나가떨어질 수 있다, 오히려 그 편견이 문이 되게 만들면 된다, 문이 돼줄 수 있다, 나는 그것(편견)을 내 정체성으로 만들고, 돌파하는 문으로 가져갔다고 생각한다, 벽에 부딪혀 싸우지 말고 그것을 문으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류성희 감독은 올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샤넬이 신설한 까멜리아상의 초대 수상자로 선정됐다. 까멜리아상은 연출, 제작, 각본, 촬영, 미술 등 다양한 영화 산업 분야에 기여한 선구적인 여성 영화인들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류 감독은 영화 '살인의 추억'과 '아가씨' '암살' '헤어질 결심' '고지전'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등의 미술을 담당했으며 '아가씨'로 칸 영화제에서 벌칸상을 받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은 류 감독을 두고 "한국 영화미술을 바꿔놓았다"고 표현한 바 있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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