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휴대폰비 감당 못하는 서민 급증…보증기관 대위변제 손해율 98%

서울시내 한 거리에 사금융 광고 전단 스티커가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서민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휴대전화와 통신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SGI서울보증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SGI서울보증이 제공하는 할부신용보험상품의 대위변제액은 121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상액은 550억원에 그쳐 이에 따른 손해율이 97.7%이었다.

할부신용보험은 고객이 휴대폰 단말기 할부금과 같은 휴대폰 채무를 연체하는 경우 통신사가 SGI서울보증으로부터 보험금을 대신 지급받고 SGI보증이 연체 고객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채권을 회수하는 상품이다.

할부신용보험 손해율은 SGI보증이 대신 변제한 보험금에서 구상으로 충당한 금액의 차이를 SGI보증이 거둔 보험료에 대비해 산출한다. 손해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휴대폰 이용 고객이 기기 할부금이나 사용요금을 제대로 내지 못해 부실 채권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올해 약 98%에 달하는 손해율은 최근 10년 이내 최고치다. 2015년 할부신용보험의 손해율은 35.5%였으나 2018년 62.2%에 달한 뒤 2020년 76.9%까지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다시 73.2%로 소폭 감소했으나, 올해는 지난달 기준으로 97.7%까지 급상승 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컸을 때 손해율은 76%였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올해의 서민경제 상황 역시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대위변제 발생액 대비 구상액과 보험료 수입은 감소하면서 손해율이 더욱 커졌다. 실제로 올해 8월까지 SGI보증이 지급한 대위변제 보험금은 약 1213억원으로 지난해 1923억원이었던 점과 비교해보면 추세상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SGI보증이 부실 채권을 소유한 고객으로부터 구상 받은 금액은 555억원에 그쳤다. 2015년에는 1923억이었던 구상금이 지난해에는 931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는데, 올해는 지난해 수준만큼의 구상금을 충족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상태다.

보험료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점도 손해율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할부신용보험은 최근 10년 중 2021년도까지 매해 1000만건 이상의 가입 건수와 1500억원 이상의 보험료 수입을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해 가입 건수는 742만건, 보험료 수입은 1355억원으로 대폭 하락했다. 올해 8월까지는 389만건 가입, 보험료 672억원에 그쳤다. 통신비 연체가 늘어나면서 관련 신용보험 연체율도 2년 새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이 통신사에 통신요금을 내지 못해 SGI서울보증이 대신 갚아주는 상업신용보험 손해율은 올해 8월까지 35.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23.5%였던 손해율 대비 12%포인트 가량 오를 수치다. 2022년 4.9%와 비교하면 7배 수준이다.

장기적인 고금리·고물가 등의 여파로 민생 악화가 계속되면서 보험료 감소와 고객 연체 및 보증기관의 손해까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 손해율이 오르면 보증기관의 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이는 보험료율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보험료가 상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 의원은 “휴대폰 비용과 통신요금조차 제대로 내기 어려워 보증기관의 대위변제를 초래하는 지표가 악화된다는 점은 국민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생활경제 영역까지 침체됐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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