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줄리안 고먼 GSMA 아태지역 대표
M360 APAC 참가를 위해 방한한 줄리언 고먼 GSMA 아태지역 대표가 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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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CP(콘텐츠 제공업체)와 통신사(ISP)와 같이 디지털 경제에 참여하는 모든 플레이어가 네트워크(망) 인프라 투자에 대한 부담을 공정하게 나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특히 통신시장의 글로벌 리더로서 이런 문제에 대한 정책 제안 등 방법을 제시하며 이슈를 끌고 나가야 합니다"
줄리안 고먼(Julian Gorman) GSMA 아태지역 대표는 2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GSMA는 통신사(ISP, 인터넷서비스제공자)들이 전 세계 트래픽의 과반을 차지하는 미국의 대형 CP(콘텐츠 제공사업자)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먼 대표는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에서 진행된 M360 APAC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망 사용료 입법을 추진 중인 한국도 GSMA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1일 진행된 M360 APAC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디지털 연결성을 위한 정책' 세션에서도 이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유럽에서는 망 사용료 분쟁을 위한 기관 설립을 논의가 약 2년간 진행 중이고, 남미에서는 내년 중으로 관련 법이 나올 전망이다. 동남아에서도 망 품질 관리를 위해 CP가 망 투자금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자국 ISP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와 미국 CP인 넷플릭스가 수년에 걸친 망 사용료 소송을 최근 합의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더 큰 트래픽을 만들고 있는 사업자인 구글(유튜브)과의 분쟁이 남아있다.
고먼 대표는 "(망 사용료 분담의) 원칙은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견고한 디지털 인프라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디지털 경제를 위해 필요한 인프라로서 산업계는 네트워크(망)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CP와 ISP 간의 투자 격차가 커지고 있어 통신업계 홀로 (네트워크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점점 줄고 있다"며 "(망 투자에 있어) 공정한 분담이라는 개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성형 AI가 더 활발해지고 트래픽이 늘면 통신사는 CP와 겪고 망 사용료 갈등을 AI 기업과 겪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GSMA는 지난 1일 첫 번째 '디지털 국가 보고서'를 발행했다. 보고서는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디지털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네트워크 인프라·혁신·데이터 거버넌스·보안·인적 기술 등을 대하는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먼 대표는 특히 글로벌 통신사업을 이끌고 있는 한국이 망 사용료 관련 정책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망 사용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선도 하에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한국은 이미 5G 기술 보급과 발전에 있어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며 "이런 리더십을 토대로 한국이 이 문제(망 사용료)를 먼저 해결하고 본보기를 보이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먼 대표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5G 보급률을 70%를 바라보고 있지만, 전 세계 5G 보급률은 2030년이 돼야 50%를 넘길 전망이다.
고먼 대표는 "한국은 항상 통신산업에 있어 리더가 되겠다는 큰 야망을 갖고 있기에 망 사용료 같은 문제에 가장 먼저 부딪히고 또 가장 먼저 해결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이라며 "유럽도 이를 벤치마크 삼아 자국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사례를 통해 전 세계가 망 투자에 대한 새로운 대원칙과 합의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어제도 구글·메타 등 글로벌 CP가 M360 APAC을 찾아 망 사용료 관련 논의를 했다"며 "GSMA는 이같은 토론의 장을 만들고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MWC나 M360 같은 행사를 세계 곳곳에서 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망 사용료 문제를 위해 글로벌 협의체를 만들자는 제안에 대해 GSMA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 고먼 대표는 "공정한 분담이라는 대원칙을 공유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유럽은 통신 시장 경쟁 환경과 규제 상황이 서로 완전히 달라 하나의 협의체를 만들어 대응하기는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한국은 최근 5G 관련 소비자 불만 등으로 통신사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망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먼 대표도 "아직 5G 핵심 콘텐츠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5G와 4G 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나 고먼 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도 점점 5G의 효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므로 이같은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5G는 여전히 초기 단계기 때문에 모든 잠재력을 완전히 경험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5G는 엔터프라이즈 세대로 불리며 제조업·항만·헬스케어와 같은 산업에서 주된 경제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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