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로봉에서 바라본 북한산 주능선.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산과 사람 1, 2
산의 과정과 환경에 관한 연구
래리 프라이스 지음, 이준호 옮김 l 아카넷 l 각 권 3만원
래리 프라이스 미국 포틀랜드 주립대 명예교수가 쓴 ‘산과 사람’(1981)은 산의 자연환경과 사람이 그와 맺는 관계를 다룬 고전적인 저작이다.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을 아울러 대학에서 산에 관한 교육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이 한국연구재단의 학술명저번역 시리즈로 번역돼 나왔다. 두 권 합쳐 1000쪽 가까운 방대한 분량에 산의 형성과 기후, 지형, 식생 같은 자연과학적 내용과 함께 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 산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거꾸로 인간이 산악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문화인류학적 관점을 결합해 산에 관한 입체적 접근을 보여준다.
산의 정의와 기원, 기후와 지형, 식생과 동물 같은 자연과학적 서술도 유익하지만, 그보다 흥미로운 것은 역시 인간과 산의 관계를 다룬 부분이다. 지금은 산이 대체로 긍정적 심상을 불러일으키지만,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산에 대한 지배적인 느낌은 두려움이나 의심, 또는 경외감 중 하나였다.” 접근하기 어려운 높은 산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악마가 아니면 신이 사는 곳으로 간주되었다. 그런가 하면 민족의 기원을 산에 두는 신화들도 세계 각지에 적지 않았다. 서양에서 산에 관한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 것은 장자크 루소의 ‘신 엘로이즈’(1761)에서부터였다. 알프스 산맥의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광에 대한 찬미를 담은 이 소설은 “스위스가 아름다운 장소라는 대중의 인식을 크게 높였다.” 괴테와 워즈워스 같은 문인들이 산에 대한 찬미 대열에 동참했고, 그런 과정을 거친 뒤 “산은 이제 거의 보편적으로 은둔의 피난처이자 자유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오늘날 산은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공간으로서 요긴하다. 산을 대상으로 한 여가와 관광 활동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에 아랑곳없이 여전히 산악 농업이 이어지고 있는데, 사실은 관광 효과를 노린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 덕분이다. 그런데 “산악 환경은 부서지기 쉽고 교란되기 매우 쉬우나, 손상된 후에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고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낮다”.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고민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지은이는 과도한 방목과 광업, 임업, 관광업 등에 의한 산악 환경 파괴 실태를 나열한 뒤 “야생 경관은 가능한 한 개조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결론 삼아 내놓는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