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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책&생각] ‘서점 소멸’과 문화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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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한겨레

2022년 11월24일 오전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가 서점을 찾은 유치원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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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생명처럼 여겼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살려보려고 몸부림치며 갖은 방법으로 애써 왔지만, 더는 어찌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해 결국 30여 년 영업을 종료하게 됨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대전 지역 서점 계룡문고가 건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최근 문을 닫았습니다. 영업 종료 안내문에는 이동선 대표의 절절한 마음이 담겨 있어 읽은 이를 더 마음 아프게 합니다. 한 대전 시민은 소셜미디어에 “대전은 사람을 살리게 하는 산소통 하나를 이렇게 잃는다”라고 썼더군요. 그 공간을 사랑했던 시민에게는 단순히 서점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힘들 때마다 찾던 공간, 추억의 공간, 또 문화 지식네트워크가 사라지는 것이지요.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가운데 사양산업에서 벌어지는 당연한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서점이 가진 잠재력과 가치가 큽니다. 서점은 그 지역 공동체의 취향과 지식과 삶이 교류하는 장소이며, 출판 산업의 혈관과 같고, 문화 다양성의 기반이기 때문이지요.



한겨레

계룡문고의 영업 종료 안내문. 계룡문고 블로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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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지역서점 정책은 턱없이 부족하거나 현장의 요구(needs)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내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에서 지역·지역 기관·독자를 이어주던 ‘지역 서점 상생협력 사업’ 예산이 또 사라졌습니다. 그동안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 서점이 키워온 풀뿌리 문화가 물거품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죠. 문화는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정책의 지속성도 중요한데, 이렇게 매년 호떡 뒤집듯 정책을 바꾼다면 어떻게 독서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양선아 책지성팀장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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