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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책&생각] ‘고양이 테라피’ 받을라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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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 │ 책보냥



한겨레

책보냥의 운영진들. 고양이 하로와 하동. 책보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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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다. 인공지능(AI)이 대세가 되고, 모든 것이 온라인화·디지털화되어가는 시대에, 천장에는 서까래가 보이는 오래된 한옥 조그만 공간에 잉크 냄새 풍기는 종이책들이라니…. 게다가 접근성 좋은 대로변도 아니고, 깔끔한 인테리어로 꾸며지지도 않았다. 기껏 골목길을 헤매어 찾아내면, 굳게 닫힌 한옥 대문 앞에 적힌 글은. ‘마당에 고양이가 있으니 초인종을 눌러주세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던 2020년, 새로운 시작이 쉽지만은 않았던 그해 10월의 마지막 날, 그저 “고양이를 테마로 한 것들(책, 그림, 사진, 굿즈)이 넘쳐나는 콘셉트의 한옥 공간,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에 덜컥 책방 ‘책보냥’을 열게 되었다. 어디서 책을 들여와야 하는지, 어떻게 꾸려가야 하는지, 무엇으로 수익을 내는지 등 책방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준비도 없었다. 하로와 하동이(반려묘)에게서 기운을 받지 않았다면 시작할 수, 아니 생각할 수도 없었을 일이다.



고양이 그림과 사진작가로 활동해오던 연남동의 작업실 시절, 창고에서 들리던 고양이 울음소리를 외면하지 못하고 구조한 하로(2014년 7월30일)는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포기상태에서 입원시켜 치료를 시작했다. 고맙게도 하로는 건강을 되찾아 함께 지내게 되었다. 하로가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을 함께해줄 동생으로 하동이(2016년 5월17일)를 입양했다. 하로는 얌전하 고, 하동이는 개구쟁이 악동 으로 서로 정 반대지만 큰 다툼 없이 건강히 함께 지내고 있다. 지금의 책방자리(성북동)로 옮겨왔던 작업실이 1년이 지나 자연스럽게 책방으로 바뀌었고, 하로와 하동이는 사장님으로, 나는 책방지기로 지낸 지도 벌써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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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고양이 책이다. 책보냥의 책 서가. ​책보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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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읽어주는 책, 길고양이들의 권법 사진책, 음양오행에 바탕을 둔 고양이 마사지책, 그리고 고양이가 주인공인 수많은 소설, 에세이, 시, 그림, 사진 등 고양이와 관련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고양이책방이라는 타이틀 때문에라도 고양이 책의 비율을 늘 유지해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 나머지는 ‘내가 좋아하는 책, 권하고 싶은 책’으로 채워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고양이-반려-동물-비건-환경-지구 사랑’으로 조금씩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10월 중에는 365일 고양이를 소재로 한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세별동네’를 책방 속 별도의 공간에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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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년을 맞아 만든 책갈피. ​책보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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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테라피’라는 단어의 의미 그대로 고양이를 통한 마음의 치유가 책방의 모토다. 고양이가 의사 면허는 없지만, 치유와 진료, 처방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결국에는 예술과 고양이(반려동물)가 일상에 지친 우리를 보듬어줄 거라는 확신이 지금껏 책방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 사람들에게 힐링과 웃음을 되찾아줄 수 있다면 목표는 달성이다. 오래오래 묵혀 맛을 내는 된장처럼, 책보냥도 조금씩 깊은 맛을 더해가는 책방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모두가 함께여야 가능한 이야기다.



글·사진 김대영 책보냥 책방지기







책보냥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동 성북로10가길 21



instagram.com/chaekbon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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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그림 낙서전 포스터. ​책보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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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냥의 한옥 대문. ‘마당에 고양이가 있으니 초인종을 눌러주세요’라고 안내되어 있다. ​책보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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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남기고 간 메모. 책보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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