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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고금리 막차 타자”… 만기 3년 이상 정기예금 3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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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가능성 커져 한달 새 5500억원 증가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통상 1~2년 계속되는 글로벌 금리 인하기의 문을 열었다. 금리 인하기를 바꿔 말하면 ‘오늘’ 금리가 가장 높은 기간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소 부침은 있겠지만 길게 보면 갈수록 금리가 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기가 도래하자, 국내에서는 만기가 3년 이상 장기인 정기예금의 가입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은행권 예금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기 전에 그나마 높은 수준의 예금 금리를 보장받기 위해 ‘막차 수요’가 몰린 결과로 보인다. 만기가 긴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가입 기간 동안 시장 금리가 떨어지더라도 예금은 계속해서 약정한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3년 만기 정기예금 증가세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예금은행의 만기 3년 이상 정기예금 잔액은 31조6064억원으로, 한 달 전(31조534억원)보다 5530억원 증가했다. 증가 폭은 작년 12월 이후 가장 크다. 만기 3년 이상 정기예금은 지난해 9월 말 26조216억원을 기록한 이후 올해 7월 말까지 10개월 연속으로 증가세를 이어왔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하경


예금 은행의 만기 1년 이상 정기예금은 7월 말 기준 659조8123억원이었는데,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1월 이후 최대치다. 또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도 595조6272억원으로 집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시장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어느 정도 미리 반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수신 금리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본격적인 예금 금리 인하에 앞서 고객들이 비교적 금리가 높은 수준일 때 만기가 긴 상품에 미리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 추세를 알아보기 위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예·적금을 살펴봐도, 소비자들의 고금리 예금 ‘막차 수요’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5대 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25조665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909조3806억원)과 비교해 16조2853억원이 늘었다. 정기예금 잔액은 올해 4월까지 하락하다 5월(16조8242억원), 6월(1조4462억원), 7월(18조2282억원)에 이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정기적금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정기적금 잔액은 36조7917억원으로, 전달 대비 1조602억원 늘었다. 3월까지 감소세였던 정기적금은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뒤 매월 1조원 이상씩 불어나고 있다.

◇예금 금리 한 달 새 0.49%p 하락

금융 소비자들 사이 정기 예·적금 금리에 대해 ‘지금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이 같은 예금 증가세가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때 연 4%대 수준을 넘기기도 했던 주요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는 이미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하면서 상당 폭 낮아지고 있다. 이날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3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2.70~3.45% 수준이다. 5대 은행의 전달 취급 평균 금리는 연 3.19~3.37% 수준이었는데, 하단이 0.49%포인트나 낮아졌다.

게다가 앞으로 은행권 예금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도 적다. 미국 연준의 ‘빅컷’에 이어 한은도 이르면 이달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중반까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은행권 안팎에서는 이달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한층 더 짙어지는 분위기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전날 “물가 안정의 기반이 다져지고 있다”며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2%를 밑돌 것”이라고 했다.

‘막차 수요’에 더해 일부 은행들이 예대금리차 조정을 위해 정기예금에 특별 금리를 부여하자 고금리를 따라 고객들이 몰린 영향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7~8월 주요 은행들이 가계 부채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해 앞다퉈 대출금리를 올렸는데, 예대금리차가 너무 벌어지자 예금금리도 올려 예대금리차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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