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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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TV에 나와 “이란이 거짓말을 했다”며 무언가를 가린 검은 천막을 걷어냈다. 이란 핵개발 증거라는 문서 5만5000여 쪽과 CD 183개가 드러났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빼온 것이다. 핵 문서 창고를 2년간 감시하다 경비가 허술한 새벽 시간대를 틈타 32개 금고를 털었다. 무게만 500㎏인 핵 자료를 2200㎞ 떨어진 이스라엘까지 운반했다. 이란 정보기관에 심어둔 이중 첩자들의 공이 컸다고 한다.
▶이 방송 후 트럼프가 미국·이란 간 ‘핵 합의’를 깼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여 핵무기를 만들려 했다. 2020년 테헤란 인근에서 ‘이란 핵 아버지’로 불리는 파크리자데의 승용차가 교차로에 진입하자 인근 트럭에서 7.62㎜ 저격용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트럭은 자폭했다. 그런데 암살자는 현장에 없었다. 모사드가 1600㎞ 떨어진 곳에서 AI 기관총을 원격조종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란은 파크리자데의 얼굴도 공개하지 않았지만 모사드는 이란에서 14년 이상 그를 쫓았다.
▶아랍계 유대인이 있다. 이집트·시리아 등에서 태어나 외모도 아랍인이고 아랍어도 유창하지만 마음속 조국은 이스라엘이다. 모사드의 ‘블랙 요원’이 되곤 한다. 시리아의 국방 차관까지 오른 엘리 코헨이 대표적이다. 그는 모사드 자금으로 거부 행세를 하며 시리아 군부에 인맥을 쌓았다. 사병을 위한 그늘을 만든다며 시리아군 진지에 유칼립투스 나무를 심었는데, 이스라엘군의 포격 타깃이 됐다. 난공불락이던 골란 고원의 요새 사진을 빼낸 덕분에 이스라엘이 승리했다. 신분이 들통난 그를 구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백방으로 뛰었지만 시리아의 공개 처형을 막지 못했다. 시신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란 전 대통령 아마디네자드가 1일 방송에서 “모사드의 이란 내 활동을 색출해야 하는 정보기관 부서장과 이란 요원 20명이 오히려 이스라엘 첩자였다”고 밝혔다. 2021년 이들이 탈출할 때까지 이란의 이스라엘 관련 정보가 모사드로 줄줄 샜다는 뜻이다. 프랑스 일간지도 이날 “이스라엘은 이란에 심어둔 첩자를 통해 (폭살한 헤즈볼라 지도자) 나스랄라의 위치를 귀띔 받았다”고 했다.
▶이란 전 장관이 2년 전 인터뷰에서 “테헤란의 고위 관리들은 모사드에 생명을 잃지 않을까 두려워해야 한다”고 했다. 이스라엘 숙적인 이란 정보기관까지 파고든 모사드의 ‘미션 임파서블’급 능력을 감안하면 엄살은 아닌 듯하다.
[안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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