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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핸섬한 눈’ 김원국 대표 “韓영화 위기? 허리가 튼실해야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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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핸섬가이즈’ ‘보통의 가족’ 그리고 ‘하얼빈’
“한국의 광기어린 교육열 풍자한 ‘보통의 가족’, 치열한 담화 형성됐으면”
“역대 최고 제작비 들인 ‘하얼빈’, 제대로 만들고 싶어서”


스타투데이

김원국 대표. 사진 I 하이브미디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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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핫한 제작자,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를 부산에서 만났다.

천만 영화 ‘서울의 봄’으로 위기에 빠진 극장가를 구하고, ‘핸섬가이즈’로 B급 코미디의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뤄냈으며, 한국의 광기어린 교육 현실을 꼬집은 ‘보통의 가족’으로 (가족) 부조리극이라는 국내에선 낯선 장르를 높은 완성도로 완성시켰다. 모두 김원국 대표의 ‘눈’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모든 콘텐츠는 존재(기획)의 이유가 있습니다. 꽂혀야 하고, 그걸 명확하게 전달해야죠. 당연히 재밌어야 하고요.”

“어떻게 이렇게 전혀 다른 장르로 연이어 성공할 수 있나”라고 물으니, 김 대표는 이 같이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그러고는 “박해일 배우도 내게 같은 말을 하더라. 역시나 같은 대답을 해줬다. 나 또한 ‘어떤 작품에 꽂히나’라고 물으니, 그는 함께 작업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저마다 가장 중요한 가치가 있는데 나의 경우는 무조건 콘텐츠”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2014년에 설립됐다. 창립작인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을 시작으로 ‘덕혜옹주’(감독 허진호), ‘상류사회’(감독 변혁), ‘마약왕’(감독 우민호), ‘천문: 하늘이 묻는다’(감독 허진호),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 등의 다채로운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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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미디어코프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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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보다 예측 불가의 도전의 연속이었던 만큼 성공도 있었고, 뼈아픈 실패도 있었다. 그럼에도 “아무리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갈 뿐”이라는 그다. 지난 10년간 오로지 콘텐츠를 최우선으로, 작가진을 꾸리고 기획에 피 땀 눈물을 쏟았다.

그 우직한 길에서 마침내 천만 영화 ‘서울의 봄’이 탄생했다. “원래 역사에 관심이 많다. 완전히 꽂혀 산다”는 김 대표는 “늘 촬영 현장에서 산다. 정말 열심히 만들어진 기획이 관객에게 보여질 때까지 그 과정에서 중요시하는 건 바로 ‘소통’이다. 각 분야의 고수들이 모여 가장 효율적인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끝까지 완주할 때까지 최대한 현장에서 함께 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핸섬가이즈’도 그렇고 ‘보통의 영화’도 손익분기점이 100만대인 작품이에요. 이런 ‘허리’ 역할을 해 주는 작품들이 잘 돼야 해요. 꼭 스타 배우, 감독의 힘만 절대적인 게 아니잖아요. 저는 관객의 눈을 믿어요. 잘 만들면, 진심을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담아내면 알아봐준다고 믿어요. 외면받는 건 제가 그 역할에서 놓치는 게 있었던 거죠. 관객의 눈은 정확합니다.”

흥행의 주역이지만 정작 수치적 성과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 김 대표였다. 그는 “작품이 잘 되는 건 모든 제작자와 참여한 사람들의 바람이겠지만, 어떤 수치를 달성하냐 못하냐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오로지 영화를 잘 만들어 내는 것에만 집중한다. 어찌보면 그것이 노력에 대한 결과로 이어지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 아닐까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오는 16일 개봉을 앞둔 ‘보통의 가족’을 통해선 무엇을 전하고 싶었을까. 김 대표는 “유명한 원작이라고 해서 무조건 리메이크하진 않는다. 새롭게 변주할 수 있는 구간이 명확해야, 그 구간에 말하고 싶은 바가 정확하고 그것이 현 시대와 관통할 때 용기를 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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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가족’ 오픈토크. 사진 I 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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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보통의 가족’은 우리 사회의 현실 중에서도 광기어린 교육열에 대한 풍자를 하고 싶었다. 누구 편을 들거나,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가 당면한 가장 풀기 힘든 숙제이자 과열된 병적 현상이기 때문에 그걸 꼭 다뤄야만 했다. 허진호 감독과 그 부분에 대한 논의를 깊게 했고, 공감하는 바가 컸기에 힘을 합치게 됐다”고 했다.

더불어 “많은 분들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면 의미있는 ‘사회적 담화’가 형성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는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창립 10주년이기도 하다. “특별히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을 정하고 이끌어 온 건 아니었다”는 김 대표는 “한해 한 해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기획하고, 그에 맞게 대본 작업을 하면서 준비가 된 프로젝트는 환경이 주어지면 진행한다. 달라진 것도 달라질 것도 없다”며 웃었다. 그렇게 수십 편의 작품의 해왔고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그럴 거란다. 계속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연말에는 안중근 장군과 그와 함께 했던 동지들의 이야기를 담은 ‘하얼빈’을 선보인다. 역대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한 영화들 가운데 가장 큰 스케일이다.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현빈·박정민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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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개막식에 참석한 김원국 대표. 사진 I 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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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역대 가장 많은 제작비를 썼다. 제대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아는 안중근 장군의 대업보단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함께 했던 사람들, 상황들, 내면의 고민 등을 진솔하게 담았다. 영웅이 아닌 인간 안중근을 통해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담았다. 그분께 부끄럽지 않을 작품을 만들고자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흥행 관련해선 농담조차 안한다. 우리의 진심에 상채기가 갈까봐”라며 웃었다.

“앞으로도 많은 것들을 다양하게 보고 만들려고 해요. 변함없이 (다양한 영화, 시리즈, 그 외 콘텐츠 등) 본질에 충실한 거고요. 좋은 ‘시스템’도 만들어 놓고 싶어요.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이죠.”

실제로 김 대표가 준비 중인 작품은 넘친다. 영화 ‘보스’와 ‘열대야’(감독 김판수) 개봉을 준비 중이고, ‘K공작 계획’을 소재로 한 ‘K-공작 프로젝트’와 육군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척결하기 위한 극비 프로젝트를 다루는 ‘YS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7인의 사무라이’를 모티브로 한 사극 영화 ‘무인’과 공물 ‘곤지암 2: 자살의 숲’도 준비 중이다.

시리즈물도 준비하고 있다. 우민호 감독이 연출하는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을 비롯해 드라마 ‘착한 사나이’(연출 송해성, 극본 김운경·김효석), ‘미쓰백’ 이지원 감독의 첫 시리즈물 ‘클라이맥스’, 영화 ‘내부자들’의 프리퀄 ‘내부자들’ 시리즈까지 듣기만 해도 기대감이 치솟는 프로젝트들이 넘친다.

자리를 나서며 김 대표는 “아, 언제 날 잡아 영화 이야기만 실컷 하고 싶네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못 말리는 광기의 영화인이다. 그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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