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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중국 댓글부대 내쫓는 부적?…'효과 있다' 확인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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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천안문 사태' 35주기를 맞은 올해 6월 4일 마오쩌둥의 거대한 초상화가 걸린 천안문 광장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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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계정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들이 국내외 포털에서 '여론전'에 동원된다는 의혹 관련, 일부 누리꾼들이 이를 방지하는 '부적'이라며 중국인에게 민감한 내용의 댓글과 이미지파일 등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금기시 하는 천안문 사태를 언급하는가 하면 시진핑 중국 주석의 사진을 합성한 딥페이크 등을 퍼나르며 일종의 '놀이'로 여기고 있다.


'보이스피싱' 퇴치용으로 시작

이른바 '짱X 퇴치 부적'으로 알려진 일부 중국어 문장들은 중국발 보이스피싱 및 스캠에 대응하기 위한 용도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게 중론이다. 메신저에서 어설픈 한국어로 접근,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민감한 대화를 건네는 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這是什?意思? ?上次不是說?不會忘記天安門而且必定?回民主主義?."과 같은 문장이다. 변역하면 "무슨 뜻입니까? 당신은 지난번에 천안문을 잊지 않고 반드시 민주주의를 되찾아오겠다고 말하지 않았나요?"라는 뜻이다. 천안문 사태를 금기시하며, 온라인 메신저 등에 대해 광범위한 감시를 벌이는 중국 당국이 해당 대화를 본다면 보이스피싱범을 '사상범'으로 몰아 해코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담아 널리 퍼졌다.

이 밖에도 "上次說要?香港示威加油的是什??"(그러면 홍콩 시위를 응원한다고 말했던 건 뭐니?) "歡迎維吾爾族人贊成獨立."(위구르인들의 독립을 찬성한다니 환영이야) "在這裡見到法輪功修練者, ?高興. 對下一個集結地應該??楚??"(여기서 파룬궁 수련자를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다음 집결지는 잘 알고 있죠?) 등 중국 당국이 민감하게 대하는 사안들을 다룬 문장들이 널리 쓰인다. 이 같은 문장들을 중국에서 쓰이는 '간체'로 바꿔 쓰고는 한다.


징역 14년형 내려졌던 '시진핑가족 개인정보'까지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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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달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75주년 기념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베이징=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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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이 같은 대응으로 보이스피싱범들과의 연락을 끊어내는 데 성공한 누리꾼들의 목격담이 이어지면서, 이를 '댓글 전쟁터'에서 중국발 조작 댓글을 몰아내는 데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뜬금 없이 한국을 비하하고 중국을 치하하는 누리꾼에게 과거에는 "시진핑 개X끼 해봐"라며 직접적인 사상검증에 들어갔다면, 최근에는 곧바로 민감한 게시물로 대꾸하며 곤혹스럽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나아가 이미지 파일까지 활용한다. 내용은 역시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다. 다민족 국가로 이뤄진 중국이 티벳, 네이멍구, 홍콩 등으로 분리독립된 지도를 올린다거나, 천안문 사태의 상징인 '탱크맨'이 여러 대의 탱크 앞에 선 사진이 가장 유명하다. 중국 공산당 반대 운동을 전개하는 일부 사이트의 링크를 게시물에 몰래 삽입해 강제로 접속하게 하는 방법도 쓰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술 더 떠 시진핑 주석과 그의 가족들을 다룬 이미지 파일까지 활용한다. 2019년 중국 사이트 '어쑤위키'를 통해 유출된 시진핑 주석과 그의 딸 '시밍쩌'의 개인정보를 모자이크 없이 올리기도 한다. 실제로 중국에서 시밍쩌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어쑤위키 직원은 징역 14년형을 선고 받았다.

'중국 댓글 퇴치'를 외치는 누리꾼들에게는 시진핑 주석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나 딥페이크도 단골 메뉴다. 시 주석을 조롱할 때 쓰이는 밈인 '곰돌이 푸우'에 시 주석 얼굴을 합성하거나, 음란물에 시 주석이나 그의 부인을 합성한 gif 파일이 최근 수년 새 급속도로 퍼졌다.


실제 댓글 조작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입히는 피해는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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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에 비판적인 정보를 주로 다뤄 중국 내 접속이 차단된 동타이왕 홈페이지. /사진=동타이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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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반중 놀이'처럼 퍼지는 이 같은 '퇴치 부적'이 얼마나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온라인에서는 "퇴치 부적을 썼더니 댓글창이 깨끗해졌다"거나 "댓글을 달자마자 원글 작성자가 '글삭튀'(글을 삭제하고 잠적하는 행위)를 하더라"는 식의 경험담이 전해지지만 사실관계 파악은 쉽지 않다.

실제 댓글 논쟁에 참여하는 중국인들이 다양하게 구성돼있기에 그 효과가 저마다 다르게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우마오당'으로 알려진 중국 인터넷평론원 소속 댓글부대가 과거 다른 나라의 여론 형성에 깊이 개입했다면, 최근 국내외 인터넷 논쟁에서는 애국주의에 푹 빠진 중국 청년들의 자발적 참여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외국에 대한 배타성과 중화주의 등으로 무장한 '펀칭'(憤怒靑年·분노청년) 내지는 '샤오펀훙'(小粉紅) 등으로 불린다. 2020년 가수 이효리가 부캐 이름을 '마오'로 짓겠다고 하자 수십만개의 댓글로 조리돌림에 나섰던 중국 누리꾼들이나, 김치와 한복이 중국 전통문화라는 주장을 펼치는 중국 젊은이들이 이에 해당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국내 포털 뉴스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국을 비하하는 식의 댓글을 남기는 이들이 실제로 중국 정부의 컨트롤을 받는 집단인지, 자발적 개인인지 구분해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며 "그들이 한국 IP로 접속해 한국에서 생성된 ID로 남기는 글을 중국 정부가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그들을 보라고 한국인들이 남긴다는 중국 비하 게시물을 중국 정부가 파악한다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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