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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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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인하 파장 Part ③] 뉴욕증시 전망은 ‘마크 트웨인 효과’ vs ‘곰 킬러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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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권 거래소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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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에서 10월은 ‘핼로윈 데이’만큼이나 무시무시한 달 중 하나로 통한다.

유명한 서양 문학가 마크 트웨인은 1894년 출간된 자신의 책 ‘얼간이 윌슨(Pudd’nhead Wilson)’을 통해서 “10월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물론 문장을 끝까지 읽으면 “10월은 주식 투기에 특히 위험한 달 중 하나다. 나머지 위험한 달은 7월과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이다. 그리고 6월과 12월, 8월, 2월도 있다”라는 말인데, 한 마디로 주식은 해 봐야 잃기만 하니 주식하기 좋은 때란 없다는 냉소적인 말이다. 실제로 미국증시를 뒤흔든 시장 붕괴 사태는 1929년과 1987년, 2008년의 10월께 발생했다고 해서 ‘마크 트웨인의 저주’라는 말이 돈다. 과연 그럴까?

콜럼버스 데이와 어닝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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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매년 10월이면 돌아오는 증시 일정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변수는 많지만 세 가지로만 추려보면, 우선 9월 후반부터 다시 ‘어닝 시즌(기업들 분기 실적 발표가 몰리는 시기)’ 이 돌아온다.

미국증시는 보통 월가 대형 투자은행(JP모건·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씨티·뱅크오브아메리카·웰스파고)들이 앞장 서서 어닝 시즌 신호탄을 울린다. 구체적인 날짜는 그때 그때 다르지만, 보통 월가 대형 은행들 다음에는 넷플릭스에 이어 매그니피센트7(M7) 기업들이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식이다.

테슬라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아마존, 애플, 엔비디아 순으로 실적을 발표한다. 넷플릭스와 매그니피센트(M7) 기업을 비롯해 한국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기술기업들은 대부분 증시 마감 직후에 실적을 발표한다.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경우 어닝 시즌에는 기업들 실적 발표 후 프리마켓(정규장 이전 거래)과 애프터마켓(정규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 주가 반응을 확인해서 정규장 매매 때 참고하는 것이 유용하다.

어닝 시즌에 챙겨볼 만한 것들은 ▲회사가 제시하는 앞으로 실적 전망(‘가이던스’) ▲주주 친화 정책(배당금 상향 혹은 자사주 매입 확대) ▲해당 분기 주요 실적(매출·1주당 순이익) 등이 있다.

10월 증시 일정과 관련해 두 번째로 확인할 것은 휴장 일정이다. 미국 연방 공휴일은 모두 11일인데 실제로 주식 시장 휴장일은 10일이다. 휴장일이 하루 적은 셈이다. 이런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달이 바로 10월이다.

매년 10월 둘째 주 월요일은 연방 공휴일인 ‘콜럼버스 데이(Columbus Day)’다. 유럽에서 대항해 시대가 열린 15세기,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스페인 함대를 이끌고 카리브해에 도착한 후 미국을 비롯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흥미롭게도 미국 채권 시장은 휴장하는 반면 주식 시장은 정상 운영된다. 하지만 이런 일정도 유동적이어서 매년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연방 정부가 공식 인정한 휴일인데 채권 시장과 주식 시장이 따로 노는 것은 나름의 사정이 있다.

우선 콜럼버스 데이에 연방 정부는 쉬어간다. 하지만 뉴욕을 비롯한 미국 내 주요 지역에서는 지난 1934년에 지정된 콜럼버스 데이를 이제는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어왔다.

콜럼버스는 한때 ‘정복자’로 잘 알려졌지만 지금은 원주민을 괴롭힌 나쁜 사람으로 악명을 떨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식민지를 통치하며 원주민에게 잔혹 행위를 일삼고 또 이들을 노예로 삼은 역사가 밝혀진 결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뉴욕과 시카고, 신시내티 등 여러 주와 주요 도시가 콜럼버스 데이를 원주민의 날로 바꿨다.

그런데 뉴욕이 문제였다. 지난 2021년 뉴욕시가 콜럼버

스 데이를 ‘원주민의 날(Indigenous Day)’로 교체하기로 했는데, 콜럼버스 상륙 이후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겪은 고통을 기리자는 취지였지만 뉴욕에서 오랫동안 터 잡고 살아온 이탈리아계가 반발했다.

뉴욕은 이탈리아 출신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지역 중 하나다. 콜럼버스 데이 폐지를 추진한 당시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도 이탈리아계였다. 이탈리아인들은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뉴욕으로 이주했는데, 이들은 정착 과정에서 차별과 열악한 노동 조건을 이겨내면서 콜럼버스를 ‘개척자 이탈리아인’의 표상으로 여겨왔다 보니 콜럼버스 데이 폐지를 반대했다.

뉴욕에서 콜럼버스 데이 폐지를 둘러싼 이견이 워낙 컸던 와중에 뉴욕증시는 이날 채권 시장만 휴장하고. 주식 시장은 정상 운영하곤 했다.

이 달 세 번째로 확인할 일정은 회계연도다. 매년 10월 1일은 미국 연방정부가 새로운 회계연도를 시작하는 날이다. 회계연도라는 건 일반적인 한 해와 달리 회계·예산 장부(재무 제표)를 계산하는 기준으로 쓰는 기간이다.

우리나라처럼 일반적인 한 해와 회계연도가 같으면 좋지만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역시 회계연도를 따로 두는데 매년 10월 1일부터 다음 해 9월 30일까지가 회계연도다.

때로는 미국 정당 간 갈등이 심해서 예산안이 연방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연방 정부가 쓸 예산이 없어지는 바람에 새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10월 1일부로 일시 휴업하는 사태, 이른바 셧다운(shut down)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다만 미국증시는 실제로 셧다운이 벌어졌을 때 흔들리기보다는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셧다운 리스크가 불거진 단계 혹은 연방정부 부채 한도 협상 과정에서 정치권 갈등이 커질 때 흔들린다.

‘마크 트웨인 효과’는 마크 트웨인이 말년에 지은 소설 ‘바보 윌슨씨의 비극(The Tragedy of Pudd’nhead Wilson)’의 유명한 문구가 그럴듯하게 현실에서 구현되는 바람에 만들어졌다. 이 문구가 월가에서도 널리 통하게 된 건 역사적으로 볼 때 10월 즈음해서 증시 패닉이 일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세계 대공황’을 부른 1929년 10월 월가 대폭락, 1987년 10월 대폭락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대, 2008년 10월 대폭락이다.

1929년 10월은 미국의 사상 최악의 폭락장이 시작된 때다. ‘검은 목요일’로 불리는 1929년 10월 24일부터 ‘검은 화요일’로 불리는 같은 달 29일까지 7거래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하루에만 10% 넘게 급락하는 식의 패닉 셀이 이어졌다.

증시 과열 경고에도 불구하고 투자 열풍이 이어졌지만 결국은 건설업 부진 등 실물 경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증시 폭락은 물론 경제도 늪에 빠졌다. 이후 미국뿐 아니라 유럽 주요국 경제는 10여 년간 대공황을 겪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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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분석가들은 전통적으로 약세장을 보여온 10월 증시에 대해 잇따라 우려를 표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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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0월도 대폭락으로 악명 높았던 시기다.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Black Monday)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하루 만에 22.6% 급락했다. 하루 기준 미국 증시 사상 최대 낙폭이다.증시 거품 붕괴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몽땅 팔면서 폭락장이 연출된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단시간 내 증시 급락 혹은 급등을 막기 위해 서킷브레이커(주식 시장)·사이드카(선물 시장) 제도가 생겨나게 됐다.

앞서 1980년 초 석유 파동을 극복한 후 미국 경제 호황기가 찾아오자 증시가 지나치게 오른 나머지 1982~1987년 동안 다우존스 30 지수가 3.7배 오르는 등 과열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 쌍둥이 적자(재정·무역 적자)폭이 확대되고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국제 경제를 휩쓸면서 증시 거품도 결국 꺼지게 됐다.

2008년 10월도 패닉장이었다. 월가 대형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한 달 만인 2008년 10월 15일 다우존스 30 지수는 하루 만에 7.9% 떨어졌다. 앞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터진 와중에 2008년 9월 말 미국 의회에서 구제 금융안마저 무산되자 공포감이 증시를 휩쓴 결과다.

다만 마크 트웨인 효과와 달리 10월은 ‘약세장 킬러의 달(Bear Market Killer)’로도 통한다. 우선 1950년 이후 2022년까지 뉴욕증시를 보면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든 S&P500 지수든 10월에는 지수가 대체로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10월은 약세장이 끝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10월 미국증시 계절적으로 약세?
시장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게 움직인다. 다만 경향에 비춰보면 월가에서 활동하는 유대인 금융인들의 특성과 10월 증시 흐름이 관련이 있다는 속설이 나온 바 있다.

일단 유대교 신자들에게 10월은 중요한 시기다. 바로 이 달 첫째 주에 ‘나팔절’로 불리는 유대교 새해 명절 로쉬 하샤나(Rosh Hashanah)가 있고 이어서 같은 달 중순에 유대교 최대 명절인 ‘대속죄일’ 욤 키푸르(Yom Kippur)가 있다.

유대교 트레이더들이 종교적 휴일에는 웬만하면 매매를 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나팔절 이전에 주식을 팔고 대속죄일 이전에 주식을 다시 사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시브리즈 파트너스의 더그 카스 대표도 “나팔절 이전에 팔고 대속죄일 이전에 주식을 다시 사면 추수감사절이 풍요로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5년 동안만 보면 10월이라고 해서 미국증시가 항상 하락장인 건 아니다. 2019년과 2021~2022년에는 S&P500 지수가 오히려 올랐고, 2020년과 2023년만 하락했다. 최근 5년이라는 시간은 긴 증시 역사상 굉장히 짧은 기간이다.

월가에서 10월 약세론이 존재하는 이유는 더 오랜 시간 증시 흐름을 분석한 결과다. 그래서 10월이 역사적으로 하락장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이때는 저점 매수의 기회일 수도 있다.

미국 투자사 펀드스트랫 분석에 따르면 과거 미국증시 약세장은 50%의 확률로 10월에 마무리됐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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