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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차기 일본 총리, 어떻게 선택할까? [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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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4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 9명이 자신이 바라는 정치 목표를 적은 손팻말을 들고 나란히 서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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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 지로 | 일본 호세이대 법학과 교수



일본에선 오랜 기간 자민당이 국회에서 다수당을 유지해왔다. 일본 정치제도가 국회 다수결로 총리를 결정하는 만큼 현재 구도에서는 자민당 총재가 곧 일본 총리가 된다. 자민당 총재 임기는 3년이며, 국회의원 임기와 상관없이 총재 선거가 치러져 정치인들이 경쟁을 벌인다. 임기가 곧 만료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금 인기로 재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지난달 총재 선거 불출마 입장을 표명했다. 다시 말해, 이번 달 총리직에서 내려오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민당에서는 유력 정치인이 만든 정치 그룹인 ‘파벌’이 한팀이 돼 총재 선거에서 싸워왔다. 동료 의원 지지를 모으는 과정에 큰돈도 움직였다. 이번에는 양상이 바뀌었다. 자민당 내 많은 의원이 각 파벌의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파티’에서 마련된 돈 일부를 뒷돈으로 챙겼고, 법이 정한 보고 의무는 다하지 않았다. 파벌이 정치 부패의 ‘원흉’이라는 여론이 높아지자 여러 파벌이 해산을 선언했다. 이번 총재 선거는 자민당이 파벌 없이 치르는 첫 선거다. 후보 9명이 나서 뒷돈 문제로 신뢰를 잃은 자민당을 개혁하겠다거나 고물가, 임금 하락, 인구 소멸 등 중요 과제에 새 정책을 내놓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자민당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투표 자격은 당원과 당 소속 국회의원에게만 있다. 일반 국민의 손길은 닿지 않는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차기 일본 총리를 정하는 일이어서 언론들이 열띤 보도를 하고, 국민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총리가 정책 실패나 정치 윤리 측면에서 불상사로 인해 국민 신뢰를 잃었을 때, 국민은 선거로 여당의 책임을 묻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하지만 자민당은 총리 지지도가 하락하고 정치적 견해마저 위기에 빠지면, 당 총재를 바꿔 총리를 교체한다. 정치적으로 불리한 분위기를 바꿔 권력을 지속하는 수법을 자주 써왔다. 정치자금 뒷돈 문제로 국민이 분노하는 지금도 자민당은 이를 반복하려 하고 있다.



자민당은 정권을 유지하며 여러 정책을 벌여왔다. 실질 소득 감소, 인구 감소 문제 등에 관한 정책은 결과적으로 효과를 내지 못했다. 또 얼마 전 총재 선거 후보들이 오키나와현에서 합동 연설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역 주민의 심정을 헤아려 미군 기지 관련 부담을 덜어내고, 오키나와 주둔 미군 성범죄에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호소했다. 지금까지 오키나와현과 주민들이 각종 대책을 호소했지만, 이를 무시해왔던 게 바로 자민당 정권이다. 이번 총재 후보들이 모두 정부 주요 각료와 당직자를 지냈는데, 지금까지 자신의 부작위나 직무유기는 말하지 않고 “이제부터 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행위다.



이 시점에 꺼내야 할 또 다른 질문은 언론 매체의 구실이다. 총재 선거 보도에서 후보자들을 모두 공평하게 다루라는 압력이 자민당으로부터 보도기관, 특히 텔레비전에 가해지고 있다. 물론, 언론이 특정 후보를 편애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정부를 이끌었던 후보들이 왜 중요한 문제에 성과를 내지 못했는지, 이제부터라도 어떻게 제대로 된 정책 추진이 가능한지 캐묻는 게 언론의 할 일이다.



자민당 선거만큼 눈에 띄지 않지만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서도 대표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중의원 의원 임기가 1년여 남은 가운데 새 총리가 중의원을 조기 해산하고 총선거를 치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입헌민주당 새 대표는 자민당에 맞서 새 총리에 도전하게 된다.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 패배로 민주당 정권이 무너진 이래, 야당 쪽에선 자민당에 맞설 세력이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자민당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 차기 중의원 선거를 정권 창출 기회로 삼으려면 야당 쪽의 분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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