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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프랑스, 진통 끝 정부 출범…바르니에 총리 내각 ‘우향우’ 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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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1일(현지시각) 프랑스가 발표한 미셸 바르니에 총리의 내각 주요 인물.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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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가 조기총선 이후 두 달여 만인 21일(현지시각) 새 내각을 출범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이날 미셸 바르니에(73) 총리가 제출한 38명 각료 명단을 승인했다. 앞서 지난 7월 열린 총선 때 좌파 정당들의 연합인 신인민전선(NFP)이 1위를 했으나,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초 우파 공화당 출신의 바르니에 총리를 지명해 전국적인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의 1당 등극을 막기 위해 자파 정당과 중도 우파 정당이 연합했던 취지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비판도 받았으나, 마크롱 대통령은 좌파 인사들을 대부분 배제한 내각 출범을 강행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르니에 총리가 짠 내각은 마크롱 대통령의 지난 정부 인사들과 보수 및 중도 성향의 인물들로 채워졌다고 짚었고, 프랑스 정치평론가 알랭 뒤하멜은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대통령(2007~2012년 재임) 이후 가장 우파적인 정부”가 출범했다고 평가했다. 급진 좌파 정당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등이 포함된 좌파 연합인 신인민전선은 의회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지만 각료는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내각의 유일한 좌파 정치인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무소속 디디에 미고 뿐이다.



새 내각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은 전통적 보수 정당인 공화당 핵심 세력인 브뤼노 르타이오 상원 원내대표 내무부 장관 임명이다. 내무부 장관은 이민 문제도 다루는 부처인데, 그는 강경한 이민 정책을 주장해 왔다.



프랑스의 가장 큰 숙제로 꼽히는 재정 문제를 다룰 재무부 장관 자리는 33살 신예 정치인 앙투안 아르망에게 돌아갔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이끄는 르네상스 소속이다.



총리보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큰 외교·안보 분야에선 마크롱 대통령과 같은 르네상스 정당이거나 그 동맹 세력이 주요 보직을 맡았다.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 세바스티엔 르코르뉴는 르네상스 소속으로 마크롱 대통령과 아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외교부 장관은 중도파 장-노엘 바로를 임명했다.



새 내각은 좌파를 배제하고 우파와 중도 세력으로 꾸려져 있어 극우 국민연합(RN)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하원에서 좌파연합이 전체 577석 중 182석을 차지해 1위이지만 국민연합 세력도 143석을 차지하고 있다. 내각 불신임 투표 통과를 모면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각종 법안 통과를 위해서 국민연합과 협상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합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마린 르펜은 최근 르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처음에 내각 (출범)을 막지 않았다고 해도, 예산 문제나 프랑스인의 이익이 짓밟히는 사안이 발생하면 불신임안을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각 명단이 발표된 뒤 야당에선 즉각 비판이 나왔다. 특히 총선 결과와 달리 보수 일색 정부를 구성한 데 대해 신인민전선에 속한 사회당의 올리버 포레 의원은 내각을 “민주주의에 손가락질(경멸적 표현)을 하는 반동적 정부”라고 말했고,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 뤽 멜랑숑 대표는 “총선 패배자들의 정부”라고 불렀다고 르몽드는 보도했다. 바르니에 총리직 임명을 암묵적으로 동의했던 국민연합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도 새 정부를 “마크롱주의로의 회귀”라고 비판했다. 이날 프랑스 파리와 마르세유 등에선 수천 명의 좌파 성향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선거 결과를 반영하지 않은 내각 구성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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