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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퀄컴이 인텔을 인수할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스마트폰과 컴퓨터(PC)의 ‘반도체 1인자’ 간 만남인 만큼 실현되면 파급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인수 협상이 본격화하더라도 경쟁당국 심사가 난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보면, 퀄컴은 최근 인텔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인텔 쪽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퀄컴 관계자는 공식 제안을 한 건 아니며, 인텔 이사회가 반대할 경우에는 인수를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인텔 지분은 여러 기관투자자가 나눠 들고 있으며 최근 시가총액은 900억달러(약 120조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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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이 모바일을 넘어 컴퓨터 칩 1위 자리까지 넘보고 있는 것이다. 퀄컴이 설계한 ‘스냅드래곤’ 시리즈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1위를 차지해왔다. 최근 들어서는 컴퓨터를 겨냥한 제품 ‘스냅드래곤 엑스(X)’에도 힘을 주고 있으나 아직 눈에 띄는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컴퓨터·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전통 강호로 군림해온 인텔을 인수하려는 이유다.
퀄컴의 제안은 구조조정이 한창인 인텔 경영진 입장에서도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다. 인텔이 최근 자회사로 분사하겠다고 밝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은 당분간 대규모 적자를 낼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파운드리 영업손실만 53억400만달러(약 7조원)로 다른 사업부에서 낸 흑자로도 상쇄되지 않는 수준이다. 앞으로 반도체 경기가 내리막길을 걸으면 인텔의 재무안정성은 더욱 악화할 공산이 높다. 인텔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흑자를 내는 퀄컴이 구원투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인텔의 부진으로 ‘반도체 제조 굴기’가 꺾일 위기에 직면한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솔깃할 만한 소식이다.
문제는 독과점 우려를 잠재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퀄컴의 인텔 인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뿐 아니라 유럽과 중국 등 주요국 경쟁당국의 심사를 모두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 경쟁법에서는 자국 내 매출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이 인수합병을 할 경우 해당 정부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는 탓이다. 그래서 퀄컴이 경쟁법상 문제 되지 않는 범위로 인수 대상을 좁힐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앞서 퀄컴이 인텔의 반도체 설계 사업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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